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초대 교장 표절시비 휘말려, 시교육청 처리결과 귀추 주목

입력 2016-01-04 21:09
세종시교육청이 학교경영계획서(이하 계획서) 표절을 이유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초대 교장을 직위 해제한 데 대해 일부 신입생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등 이번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4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오는 3월 입학 예정인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신입생 일부 학부모들이 지난달 4일 직위 해제된 박 모 교장을 다시 복귀시키라고 요구하며 교육감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학부모 40여명은 지난 3일 경기도 모처에서 모여 이번 사태를 논의한 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녀의 입학 포기원 작성도 불사한다’는 데 동의했다.

개교 이후 두 번째로 모집한 이번 신입생들은 박 교장이 취임 후 처음 선발한 학생들이다.

박 교장은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 교감 등을 수행하며 보인 영재 교육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공모를 통해 취임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박 교장의 비전과 리더십을 믿고 다른 영재학교나 특목고를 포기한 채 세종까지 내려갔는데 아이들이 입학도 하기 전에 직위 해제돼 너무 불안하다”며 “일반 학교는 마감된 상태라서 아이들이 입학 포기원을 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교육청이 공무원법 73조 2항을 들어 박 교장을 직위 해제했다는데 그 조항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교원평가나 학부모 만족도가 중요한데 지난번 학부모 만족도가 5.0점 만점에 4.8점이라는데 이번 인사조치가 불합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달 4일 박 교장을 직위 해제하면서 “경찰 제보를 바탕으로 2013년 경기도 모 고교 교장 공모 당시 접수된 A 교장의 계획서와 박 교장의 계획서를 대조해 표절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교장 측은 교육 당국이 표절 확인서에 서명하라면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소명 및 검증은 이뤄지지 않는 등 소위 ‘방어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표절 검증 위원회’ 등도 가동하지 않은 채 의혹만으로 궁지로 몰아넣고, 순식간에 직위 해제시켰다는 주장이다.

박 교장은 “A 교장이 모 고교에 공모할 때 만든 계획서는 저와 함께 작성한 것이라서 내용 일부가 같을 수 있는 데도 이에 대해 해명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A 교장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교육 당국에 진술까지 해줄 수 있다고 하는데도 기회를 안 준다”며 아쉬워했다.

박 교장은 이날 세종시교육청 측에 전화를 걸어 표절 의혹을 제보한 A 경위를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이르면 오는 15일쯤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 박 교장 사안을 다룰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표절 여부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쳤고,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도 거의 마무리 되고 있다”며 “결격 사유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박 교장이 그 학교에 머무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