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따뜻한 헌신

입력 2016-01-04 17:06

작년 말이었다. 어느 기독교 방송사 선교국에 허름한 차림의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았다고 한다. 선교국 담당자는 그래도 방송사를 찾아주신 것에 감사해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이야기하고 돌아가셨다. 떠나면서 “선교 헌금 1억 원 정도를 모아 놓은 것이 있는데 어느 곳에 바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직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방송사 계좌번호로 정확히 1억원이 입금되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려고 이 단체, 저 단체를 다니다 이 방송사에 들르게 되었고, 어느 곳보다 더 따뜻하게 대해 준 이 방송사에 돈을 보낸 것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 값이 1억원의 헌금이 된 이야기다.

또 어느 선교단체의 이야기도 해주고 싶다. 이 단체는 보증금 5000만 원을 더 내지 않으면 지금까지 쓰고 있던 사무실에서 쫓겨날 입장이었다. 그래서 아침 기도모임에서 이 사정을 이야기하고 조금씩 헌금하시면 고맙겠다는 광고를 했다.

100명 정도 모이는 기도모임이라 사실 5천만원의 헌금이 준비된다는 것은 모두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 날 어느 권사님 한 분이 5천만원을 들고 선교사를 찾아와 “내가 좀 큰 전셋집에 살고 있는데 집을 줄이기로 했으니 이 5천만원을 사용하시라”고 했다.

선교사는 “이 돈은 너무 커서 받기 어렵다”며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음 날 어느 신도가 5천만 원을 들고 찾아와 “나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니 받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선교사는 “이 돈이 너무 큰 돈이라 받을 수 없다”며 또 거절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기도회에 참석했던 분들이 결국 조금씩 돈을 모아 5천만 원의 보증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 선교단체는 여기에 힘을 얻어 사무실 개조공사까지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니 한국 성도들의 깊은 신앙심이 느껴져 눈물이 맺혔다. 한국에는 이처럼 좋은 성도들이 많다. 한국 성도들의 믿음은 세계 어디에서도 본이 될 만하다.

미국이 한국에 선교사를 처음 보낼 때 어느 성도 한 분이 아펜젤러 선교사가 한국으로 간다는 소문을 듣고 그간 한국 선교를 위해 모았다며 헌금을 해 미국교계를 감격케 했다. 한국을 선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뒷받침하는 성도들의 노력은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따뜻한 헌신은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게 하는 보람찬 헌신이다.

2016년을 맞으면서 이런 따뜻한 헌신의 일화들을 전하게 되어 나 자신도 무척 기쁘다. 정말로 진실한 마음으로 선교하고 기도한다면 전능하신 하나님은 반드시 그 길을 열어 주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어 가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런데 모 교단에서는 십일조 헌금을 내지 않으면 피선거권을 주지 않고 교인자격을 제한한다는 안건을 총회에 제출하려 했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어떤 교회에서는 장로나 권사 선출 때 십일조를 문제 삼아 권리를 제한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왜 그럴까? 하나님의 일이라면 아끼지 않는 한국 교인들인데. 오히려 그렇게 강제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물질이 정말 하나님의 뜻대로 잘 사용된다는 확신이 생기면 얼마든지 따뜻한 헌신을 할 성도들이 참 많다. 교회가 헌금을 하나님 사업에 올바르게 쓴다면, 돈 때문에 교회가 고통 받는 일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교회는 예배하는 곳으로 말씀과 기도로 시작되고 전도로 이어져야 한다. 가난한 자, 고통 받는 자, 과부, 고아들을 돕는 봉사에 더욱 힘쓴다면 선한 성도의 따뜻한 헌신이 차고 넘쳐날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십일조를 얼마나 내느냐보다, 이 십일조가 어떻게 쓰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데에 헌신하는 한국의 교인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한국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