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엔이 다 무슨 소용” 한 서린 위안부 할머니 그림 눈물

입력 2016-01-04 10:59 수정 2016-01-04 11:01
사진=나눔의집 제공
“눈물이 흘러도 두 눈 크게 뜨고 봤습니다. 두 번 세 번 계속 봤습니다.”

손수 그린 그림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 애쓴 고(故) 김순덕(1921~2004) 할머니의 작품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 할머니가 생전 그린 ‘끌려가는 날’과 ‘못다 핀 꽃’(이상 1995년作) 이미지가 4일 트위터 등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져 주목을 모았다.

‘끌려가는 날’은 외간 남자 손에 이끌려 바다를 건너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소녀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다. 무궁화 등 꽃이 수북이 핀 조국 땅을 떠나고 싶지 않은 듯 시선을 거두지 못하지만 몸은 속절없이 끌려갈 뿐이다.

‘못다 핀 꽃’은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이크 혼다 미 연방하원 의원·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에게 전달된 작품이다.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 차림의 소녀가 침울한 얼굴을 하고 섰다. 아직 봉오리를 틔우지 못한 자주색과 하얀색 도라지꽃이 눈길을 끈다.

1937년 17세 되던 해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중국 상하이로 끌려가 위안부로 고초를 겪은 김 할머니의 한이 서려있다. 김 할머니는 매주 수요집회에 참가하며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으나 결국 마지막 바람을 이루지 못한 채 2004년 세상을 떠났다.

네티즌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와 눈물로 채색된 그림이다” “100억이 아니라 1000조를 준다한들 사과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상처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외신이 소개한 김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 영상을 첨부한다. 일본군에게 유린당하며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3년여 만에 탈출했지만 50년간 가족에게조차 비밀로 한 채 살았다는 이야기. 인터뷰 말미 김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