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3일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함에 따라 김 전 대표와 친노 진영의 악연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김 전 대표와 친노는 서로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지만 고비 때마다 좁히기 힘든 간극을 드러내며 감정의 골을 쌓아와 당내에서는 '물과 기름 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양측의 갈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던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미디어본부장을 맡아 홍보와 미디어를 총괄했고,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기획특보로 기용됐다.
그러나 인수위 출범 한 달 만인 2003년 1월말 김 전 대표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 요직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겠다"며 공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지역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한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노 당선자 주변 386 측근들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과정에서 친노 진영과 되돌리기 힘든 감정의 골을 쌓았다.
김 전 대표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으로는 대선 전망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22명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했다.
당시 친노 인사들을 신당 참여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했고, 김한길계가 이를 주도한다는 인식이 파다했다.
결국 대선을 4개월 가량 앞두고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뭉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와 친노 진영은 어렵사리 한 배를 탔지만 이 때 생긴 앙금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둔 6월 김 전 대표는 당권을 놓고 친노 수장격인 이해찬 대표와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다가 불과 0.5%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당시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라는 이·박 역할분담론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고, 김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패권적 계파정치로 줄세우기를 하려 했다"며 친노 진영을 드세게 공격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김 전 대표를 TV토론 준비 총괄역을 맡겼지만 당시 역할이 김 전 대표의 무게감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데다 문 대표 측의 홀대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대표는 작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시 야권 통합의 파트너이던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자 또다시 친노 패권주의를 성토하며 친노와 결별의 길에 들어섰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표의 진심에 의지하면서, 야권의 총선승리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지도자로서의 결단이 있으시기를 간청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당내에서 출구를 찾지는 못했다.
이후 김 전 대표 탈당을 막기 위한 중재안으로 조기 선대위 카드가 부상했으나, 물길을 되돌리기에 때는 너무 늦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탈당 선언문에서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패권정치와 싸우고 참고 견디는 동안 저도 많이 불행했다"며 친노 진영에 대한 반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한길-친노,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연” 물과 기름사이
입력 2016-01-03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