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전방 222전진기지 수병의 하루…"고되지만 사기 충천"

입력 2016-01-03 14:58
서해 북방한계선(NLL) 최전방 222전진기지 조리병인 김경태(21) 상병은 정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고속정 장병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메뉴는 떡 만두국, 생선튀김, 부추무침, 김치였다. 후식으로는 오렌지와 요구르트가 준비되고 있었다.

해군은 2016년 새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9일 222전진기지 장병 일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222전진기지는 NLL 인근 해상에 떠있는 바지선으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참수리 고속정 편대의 군수 지원을 하는 곳이다. 조류에 휩쓸리는 것을 막고자 튼튼한 닻이 내려져 있다.

배수량이 130t으로, 해군 함정 중 가장 작은 고속정은 식당과 같은 시설이 따로 없어 승조원은 222전진기지에서 식사하고 샤워도 한다. 2002년 제2연평해전을 그린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고속정 장병이 222전진기지에서 ‘꽃게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이 나온다.

김경태 상병은 2014년 12월 222전진기지에 배치됐다. 꼬박 1년 동안 NLL 최전방 바다에 떠있는 바지선에서 생활해온 셈이다. 222전진기지에 상주하는 장병은 고속정이 긴급 출항하면 한 명도 예외없이 지원 임무를 해야해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한다. 김 상병도 이른 아침 정찰에 나서는 고속정 장병을 위해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고속정이 늦게 귀환할 때는 밤중에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도 많다.

고속정은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뿐 아니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미확인 선박 접근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긴급 출항이 잦다. 222전진기지 장병은 두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외박이나 휴가 외에는 늘 넘실대는 파도 위에서 생활해야 한다. 먹고 자는 곳이 곧 일하는 곳이라 간부들도 ‘퇴근’이란 있을 수 없다.

222전진기지는 근무 여건이 가장 열악한 부대들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곳 장병은 6개월 동안 근무하면 육상부대로 전출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222전진기지 병사의 70% 이상이 육상부대로 돌아갈 기회를 마다하고 계속 근무하겠다고 자청할 정도로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222전진기지에 새로 배치된 장병이 기지에 도착할 때는 모든 장병이 나가 늘어서고 환영하는 전통도 이들의 강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김경태 상병도 222전진기지에 계속 남겠다고 자청한 ‘서해 수호자’다. 전역할 때까지 222전진기지와 같은 격오지 부대에 계속 남기를 자원한 병사는 서해 수호자의 명예를 얻는다.

222전진기지 대장인 이종도 대위는 “우리 장병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이들이 진짜 우리 바다를 지키는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이날 서해 중부 해상에서 400t급 유도탄고속함인 박동혁함과 서후원함의 함포 실사격 훈련도 실시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들 함정의 이름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고(故) 박동혁 병장과 고 서후원 중사에서 따왔다.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박동혁함과 서후원함의 76㎜ 주포와 40㎜ 함포는 일제히 불을 뿜었고 이들 함정이 발사한 포탄 60여발은 4.5㎞ 떨어진 해상 표적에 정확히 떨어졌다.

같은 날 해병대 연평부대에서는 북한군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 상황을 가정해 K-9 자주포 전투배치 훈련을 진행했다.

박동혁함 함장인 송현준 소령은 “‘일발필중’의 실전적인 훈련을 반복해 적 도발시 단호하게 응징함으로써 NLL과 우리 영해를 사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