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있습니다” 오타쿠의 지조 ‘숙연’ [20대뉴스]

입력 2016-01-04 00:10
“여자친구 있습니다.”

만화 속 여자친구에 대한 지조를 지킨 대구의 한 고등학생의 기개에 남자 형님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이성보다 책과 글을 가까이 하는 선비들의 절개가 추앙받았는데요. 현대에는 현실 세계속 ‘3D 여성’이 가상세계 속 ‘2D 여자친구’를 이길 수 없다는 오타쿠들의 절개가 추앙받고 있습니다.

한 여성은 ‘대구고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축제날 밴드부 맨 뒤에서 기타치고 많이 독특하게 생기신 분 잘 생겼다고 전해주세요”라며 “여친 있느냐고도 물어봐주세요 익명으로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에 해당 남자 고등학생은 페이스북에 “여자친구 있습니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아이돌마스터’의 여자 주인공인 ‘아마미 하루카’의 사진을 남겼습니다. 동문들은 “울었다” “제 정신이느냐” 같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등에선 형님들의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형님들은 “대구고… 내 후배들이 저러고 있단 말이냐” “참으로 절개 있는 청년” “이 아이의 지조를 오타쿠의 절개라 일컫어 널리 전하라” 등의 찬사를 보내왔습니다.

2D 여자친구에 대한 애뜻한 사랑은 지극히 합리적인 이유에 기인합니다. 필명을 ‘마르셀로’로 쓰는 한 선지자는 “연예인 좋아하는 게 현실 속 짝사랑보다 좋은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외모는 연예인이 현실 속 짝사랑 여성(짝녀)보다 더 출중하고, 잘 될 확률은 둘 다 없으며 나에 대한 호감은 연예인이 0인 반면 짝녀는 음수로 치닫는다”며 “이로써 나는 연예인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현실세계 속 여자친구보다 가상세계 속 여자친구 혹은 연예인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에 대한 명쾌한 해석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