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등 4명 처형…수니-시아파 충돌

입력 2016-01-03 07:43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아파 지도자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포함한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한꺼번에 처형하자 중동 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충돌이 거세질 조짐이다.

시아파 맹주 이란이 수차례 사면을 요구했던 터라 사우디의 이번 처형은 그렇지 않아도 위태했던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불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사우디는 알님르를 알카에다 조직원 등과 같은 날 처형해 테러리스트로 규정함으로써 시아파를 더욱 자극했다.

사우디 내무부가 이날 오후 알님르의 처형사실을 밝히자마자 이란을 위시한 중동 시아파 진영에선 즉각 거세게 대응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사우디는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를 지원하면서도 국내에선 압제와 처형으로 비판세력에 대응한다”며 “이런 정책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의 고위 성직자 아야톨라 사이드 알모다레시는 “그를 살해한 것은 선전포고”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란 정부는 주테헤란 사우디 대사대리를 불러 처형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사우디도 이에 대해 주사우디 이란 대사에게 “내정 간섭하지 말라”며 대응했다.

일부 언론에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자국 교도소에 수감된 수니파 성직자 20여명을 처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밤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선 이란 시위대가 총영사관에 돌과 불붙은 물건을 던지고 사우디 국기를 찢으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아파 국민이 과반인 바레인에서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최루탄으로 진압했다.

시아파와 충돌이 뻔한데도 사우디가 이날 알님르의 처형을 감행한 것은 최근 사우디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단호한 결의를 과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는 유가 급락에 예멘 내전의 장기화로 알사우드 왕가의 권위가 도전받는 상황이다.

지역 라이벌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에 미치는 정치·외교적 파장보다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엄단한다는 의지가 우선임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