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고수익 이집트 통신사, 北서 한푼도 못 건질 위기

입력 2016-01-02 16:37
내정이 불안한 국가에서 공격적인 사업으로 돈을 벌어온 이집트 이동통신업체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손을 털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 이동통신사 고려링크의 최대주주 오라스콤은 최근 고려링크 때문에 사업이 휘청이고 있다. 2008년 지분 75%를 출자해 고려링크를 설립한 오라스콤은 7년간 수익 6억5300만 달러(약 7689억원)를 올리며 외형적 성과를 냈다. 고려링크 자산은 지난해 6월말 기준 8억3200만 달러(약 9796억원)이며 오라스콤 전체 매출과 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그러나 2012년 말까지 독점사업권을 보장받았던 고려링크는 새로 설립된 국영기업 ‘별’과 경쟁하면서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

고려링크 재무담당자로 일한 마다니 호자이엔은 “한 그룹과 합의를 하면 다른 팀이 나타나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외환 통제와 국제적 대북 제재 등으로 고려링크는 지난해 북한 밖으로 자금을 전혀 내보내지 못했다고 WSJ는 전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 당국이 고려링크의 현금을 북한 원화에서 외화로 공식 환율에 전환하기를 꺼리거나 그럴 능력이 없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라스콤은 결국 지난해 11월 고려링크를 계열사에서 협력사로 전환하고 고려링크의 자산을 대차대조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오라스콤은 1997년부터 아프리카와 중동 등의 정정이 불안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20여 개국에 진출, 부채를 끌어들여 신속하게 이동통신망을 건설해 사업을 전개하고 후발업체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오라스콤은 최근 이동통신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등 회사 체질을 바꾸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