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히틀러 치하 독일을 효과적인 대통령제 국가의 사례로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터키 도안통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가 귀국하는 길에 대통령제 전환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언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단일국가 체제에서 대통령제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사례는 세계 각국에 있고 과거에도 존재했다”면서 “히틀러의 독일에서도 볼 수 있고 그 이후 다른 여러 나라에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바라는 정의를 제공한다면 (대통령제 전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히틀러를 언급한 사실을 앞다퉈 전하면서 장기간 총리직을 역임하고 대통령이 된 그가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통해 권력 확대를 꾀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터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의원내각제든 대통령제든 제도가 오용되면 나쁜 통치로 이어진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히틀러 독일을 긍정적인 사례로 언급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1년간 총리를 지낸 뒤 2014년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당선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했기 때문에 터키가 사실상 대통령제로 전환됐다면서 터키의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 정의개발당(AKP)도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제 전환을 위한 개헌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제 개헌 사례로 ‘히틀러’언급 논란
입력 2016-01-02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