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침묵 깬 임창용, 거취는 함구… “복귀의 포석?”

입력 2015-12-31 13:50
국민일보 DB

임창용(39)이 침묵을 깼다. 31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해외 원정도박 논란과 관련한 사과문을 배포하고 야구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했다.

임창용은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으로 느낀 점을 솔직히 말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앞만 보고 살았던 내 인생을 처음으로 되돌아봤다. 그동안 받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만 18세부터 시작한 21년의 야구인생에서 모든 환희의 순간은 팬들의 사랑이 있어 가능했다고 강조하면서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한 팬들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모든 말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사과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지난 30일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임창용과 오승환(30)을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지난해 11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각각 4000만원대 바카라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창용과 오승환이 휴가 중 한 차례 도박한 점으로 미뤄 상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약식기소는 법원이 공판을 열지 않고 수사기록을 검토해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임창용과 오승환에겐 선수생명을 이어갈 여지가 남았다.

야구팬들의 여론은 엇갈렸다. “우리나라 야구계에서는 퇴출해야 한다”는 여론과 “두 선수를 퇴출하기엔 그동안 쌓은 업적이 많고 지금의 기량도 아깝다”는 반론이 충돌했다. 임창용은 사과문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고 적은 사과문 말미의 구절은 야구계 복귀에 대한 포석으로 읽힐 수 있어 논쟁의 불씨를 남겼다.

삼성 라이온즈는 임창용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사실상 방출했다. 지금 소속팀이 없는 임창용의 진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수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 임창용 사과문 전문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입니다.

저로 인해서 실망하신 분들 한분 한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려야 하는 것이 도리인걸 알면서도 이렇게 글로서 입장을 밝히게 되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글만으로 여러분께 드린 실망감을 전혀 줄일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번 사건을 통하여 느낀 점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늘 앞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제 인생을 처음으로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인생을 되돌아봄으로써 제가 여러분들로부터 받아왔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임창용’이라는 이름이 박혀있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나선 것만으로 설레었던 19살부터 무려 21년 동안 야구 선수로 살아왔고,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아시안게임, WBC, 올림픽에 참가하는 꿈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누릴 수 있었던 이러한 모든 순간들은 여러분들의 사랑 없이는 애초부터 누릴 수 없는 것들이기에,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여러분들을 실망시킨 저에게 질책이 쏟아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어떠한 변명도 할 생각이 없으며, 여러분이 저에게 해주시는 모든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평생을 야구만을 위해, 그리고 팀의 우승만을 위해 달려왔고, 야구 선수라는 사실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한순간 나태한 생각에 21년 동안 한결같이 저를 응원해 주신 팬들과 팀의 믿음을 저버렸습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제 이름, 그리고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며 여러분들을 실망시킨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로 여러분을 실망시키게 되어 여러분과 제 가족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주시는 사랑에 늘 보답해야 하는 야구 선수였고, 이러한 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평생 저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어떠한 형태로서든 제가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제 잘못을 책임지고 늘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늘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러분들을 실망시킨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전문 끝)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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