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참 흔한 세상입니다. 휴대전화만 열어도 쉽게 읽을 수 있죠. 그러나 요즘 많은 크리스천에게 성경은 읽지 않는 장식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크리스천이 읽으면 참 좋을 만한 기사가 있어 소개합니다. 중앙일보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서울역 광장의 노숙인을 만나 이들 가방에 든 소지품을 공개한 건데요. 그중 3명 가방에서 성경이 나왔습니다. 이중 한명은 “내 짐 중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무거울 법도 한 성경을 들고 다니는 이들을 보니 숙연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서울역에서 하루 두 번 노숙인 식사 대접을 하는 단체 ‘참좋은친구들’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벌써 이 기사를 보셨다는 신석출 이사장님은 “삶과 죽음의 순간에 놓인 이들이 성경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좋은친구들은 노숙인 식사 장소에 성경을 진열해 놓는다고 합니다. 1년 20~30권씩 성경이 사라진다네요. “노숙인에게는 성경이 한낱 장식품이 아니다”라면서 “노숙인들은 진정으로 말씀을 갈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벽 4시 서울역 순찰을 돌다 희미한 불빛에 성경을 읽는 노숙인을 볼 때가 종종 있다는 신 이사장은 “본인이 좋아하는 찬양을 하는 노숙인도 있다”고 감동했습니다.
68세 노숙인 박인수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진 짐 가운데 가장 소중한 걸 묻자 “책이고 그중에서도 성경책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8년째 노숙해온 그는 “내년에는 일을 하고 싶다. 부지런히 일해서 여기 있는 노숙자들을 돕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66세 노숙인 박봉근씨와 61세 김동규씨도 밥과 옷가지 사이에서 성경책을 지녔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할 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성경이었습니다. 요즘 하루 한 구절도 읽지 못하는데, 참 부끄럽더군요.
손 닿을 곳에 성경을 지니고, 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것, 우리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행동과 생각이 아닐까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