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상대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피부색을 원래보다 더 어둡게 처리한 광고를 활용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피부색을 더 검게 만들어 인종차별적 편견이 작용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의 사회과학저널 POQ에 실린 연구결과를 인용, “당시 매케인 캠프의 126개 선거광고 중 86%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피부색이 원본보다 확연히 어둡게 처리됐다”고 전했다. 반면 매케인 의원의 피부색은 더 밝게 처리됐다. WP는 이 방법이 인종적 편견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유권자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개-호루라기(Dog-Whistle)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개-호루라기는 인간의 가청주파수 대역을 넘어서지만 개는 들을 수 있는 호루라기로, 무의식적으로 뭔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런 광고는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피실험자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제시하며 다섯 철자로 이루어진 낱말 ‘CR○○○'의 정답을 맞춰보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어두운 사진을 봤을 때 CROWD(군중) 등 중립적 단어보다 CRIME(범죄) 등 부정적 단어를 떠올린 이가 45%에 달했다. 이는 원래 사진을 봤을 때보다 부정적 단어를 연상한 비율(33%)보다 12% 포인트 더 높은 수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존 매케인, 2008 대선때 오바마 얼굴 ‘더 검게’ 만들었다
입력 2015-12-30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