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천사는 2000년 4월 첫 성금을 놓고 간 이후 16년째 남몰래 찾아와 세밑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30일 “오늘 오전 10시쯤 40∼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와 성금기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모 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돈을 놓았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황급히 현장으로 뛰어가 보니, A4 복사용지용 박스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지폐와 동전을 합쳐 모두 5033만9810원이 들어있었다. 5만원 권 100장짜리 10묶음과 돼지저금통에 든 동전 33만원여원이었다. 상자 속에는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은 메모도 함께 들어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 전달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5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은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 성금을 포함해 이 천사가 그동안 보내온 돈은 모두 4억4764만1560원에 이른다. 이 ‘천사’는 2000년 첫 성금을 놓고 간 이후 이날까지 17차례에 걸쳐 돈이 든 상자를 노송동주민센터 근처에 몰래 놓고 갔다. 하지만 ‘천사’의 신분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한편 전주시는 2009년 노송주민센터 옆에 천사비를 세워 그의 선행을 기리고 있다. 비에는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전주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왔다
입력 2015-12-30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