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밝힌 김양건(73)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의 대남정책과 사업을 총괄한 북한 정권의 실세 가운데 한 명이다.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건강이 악화한 이후 국제비서 역할까지 담당해 온 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외교 브레인으로도 꼽힌다.
1942년 평남 안주에서 출생한 김 비서는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를 졸업한 뒤 당중앙위원회 국제부 말단 관료로 경력을 쌓아갔다.
국제부 지도원, 부과장, 과장, 부부장, 과장의 직책을 맡으면서 외교업무 경험을 쌓은 그는 2007년 초 통일전선부 부장으로 임명됐고, 그해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 비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서 유일하게 배석해 김 전 위원장을 보좌했다.
김 비서는 북한의 대(對)중국 라인 역할도 맡아 김 전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중국 지도부의 방북 일정을 물밑에서 지휘했다.
그는 1998년 최고인민회의 제10기부터 대의원으로 활동했고, 2010년에는 당 중앙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됐다.
김 전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과 함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실세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외교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성실하고 뛰어난 능력, 세련된 매너와 인품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였던 김옥도 김 비서를 신임했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대남 라인이 잇따라 숙청되는 과정에서도 김 비서의 약진은 계속돼, 올해 2월에는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 주요인사 등을 결정하는 핵심기구인 정치국 위원으로 올라섰다.
김 비서는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최고위급 3명 중 한 명이었고, 올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측 대표로 나섰다.
김 비서는 남북 고위급 접촉과 8·25 합의 이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수행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고, 담당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자리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8월 위기 상황 이후 한중, 미중 정상회담과 유엔 총회 등이 잇따라 열리고 각국 정상들이 북핵 포기를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하자 김 제1위원장이 관록과 경험을 갖춘 외교 베테랑을 가까이 둘 필요를 느낀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양건,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배석” 김정은 체제 대남정책 총괄자
입력 2015-12-30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