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위안부 단체 “아키노 대통령도 한국처럼 나서라”

입력 2015-12-29 20:59

필리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단체인 ‘릴라 필리피나’ 측이 29일 필리핀 정부도 한국처럼 일본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 단체의 레칠다 엑스트레마두라 사무총장은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전날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에 대해 “양국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한 뒤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한·일 간 합의가 아키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다음달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필리핀 방문 때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기대했다.

그는 “필리핀 정부는 일본의 전쟁 당시 성 노예 문제를 완전히 외면해왔다”며 “아키노 대통령은 다른 나라 지도자처럼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주장할 정치적 의지가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릴라 필리피나는 174명의 위안부 피해자로 출발했으나 고령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회원이 100명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아직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키노 정부는 지난 8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제대로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9월에는 자위대에 해외 무력 사용 권한을 주는 집단자위권법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하는 등 일본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