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슈에무라 클렌징 오일, 중가 제품들보다 세정력 떨어져

입력 2015-12-29 16:31
화장품을 구입할 때 주로 어떤 점을 눈여겨 보시나요? 요즘 ‘똑’ 소리 나는 소비자들은 상품평을 많이 참고하지만 아무래도 믿을 수 있는 브랜드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서 꼭 품질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요. 메이크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겨울철 꼭 갖춰야 한다는 클렌징 오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클렌징 오일 베스트셀러 5가지 제품을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를 보면 그렇습니다.

이번에 평가한 제품은 뉴트로지나 ‘딥 클린 브라이트닝 클렌징 오일’(200㎖·1만8500원), DHC ‘딥 클렌징 오일’(100㎖·2만원), 설화수 ‘순행 클렌징 오일’(200㎖·4만원), 슈에무라 ‘스킨 퓨리파이어 얼팀8 서블라임 뷰티 클렌징 오일’(150㎖·4만9000원), 시세이도 ‘티스 딥 오프 오일 N’(180㎖·1만8000원/이상 브랜드 가나다순)입니다.

클렌징 오일 평가는 애브뉴준오 고진영 원장, 국제대학교 뷰티디자인 계열 박선영 교수, AnG클리닉 안지현 원장,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의 저자 최윤정씨,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현정씨(브레인파이 대표·이상 가나다순)가 맡아 수고해주셨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기 위해 제품의 적당량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지난 21일 평가자들에게 보냈습니다. 평가 항목은 유화성, 세정력, 자극성, 개운함, 보습성이었습니다. 유화성은 메이크업을 잘 지울 수 있도록 물과 잘 섞이는지를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정력은 클렌징의 기본이죠. 눈 입술 등 포인트 메이크업까지 지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인 클렌징오일이 자극적이면 안 되겠지요. 또 세안한 뒤 기름기가 남아 있다면 사용감이 좋지 않을 것이므로 개운함도 평가했습니다. 겨울철인 만큼 세안 후에도 피부의 수분을 지나치게 제거하지 않는지 보습성도 살펴봤습니다. 일부 제품들은 보습효과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요.

평가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들 5개 항목에 대해 평가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습니다. 이후 평가자들에게 성분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가격을 밝힌 다음 최종평가를 실시했습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됐습니다.

평가자들은 모든 제품이 우수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유화성과 개운함 정도는 등수를 매기기 힘들만큼 전 제품이 우수하다고 했습니다. 전 제품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상대적 우열을 가려봤습니다. 그 결과 프리미엄 브랜드로 클렌징 오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슈에무라 제품이 꼴찌를 했습니다. 최종평가 점수는 5점 만점(이하 동일)에 2.2점이었습니다. 클렌징 오일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유화력(2.3점)과 세정력(2.5점)에서 최하점을 받았습니다. 고진영 원장은 “질감이 가벼워 느낌은 좋으나 세정력은 좋은 편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자극성(4.2점)과 보습력(4.0점)에선 최고점을 받았으나 비싼 가격 때문에 최종평가에서 꼴찌로 내려앉았습니다. 최윤정씨는 “다른 제품들과 큰 차별성은 없는데 가격이 비싸서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스킨 퓨리파이어 얼팀8 서블라임 뷰티 클렌징 오일’은 특히 보습에 신경을 쓴 제품이어서 세정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클레징 오일의 주임무는 세정력 아니겠습니까.

뉴트로지나 제품이 슈에무라 제품과 동점으로 최하위였습니다. 세정력(3.5점)에선 최고점을 받았으나 자극성(1.5점)과 보습력(1.3점), 1차 종합평가(1.5점), 성분평가(1.8점)에서 최하점이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최종평가에서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안지현 원장은 “화학성분이 많고, 특히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위는 거품 없는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DHC 제품이 차지했습니다. 최종평점 4.2점. 유화성(3.6점), 세정력(3.5점)과 성분평가(4.0점)에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피현정 대표는 “천연 오일인 올리브 오일을 기본으로 성분을 구성했고, 보습과 세정 성분의 배합도 적정하다”고 평했습니다. 올리브 오일 특유의 냄새가 좀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향에 민감한 분이라면 베스트 제품은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2위에는 3.4점을 받은 시세이도 제품이 올랐습니다. 평가 항목마다 고른 점수를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에서 2위를 했던 이 제품은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최종평가에서도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평가 대상 중 최저가로 최고가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피 대표는 “가격이 저렴한 미네랄 오일을 사용해 메이크업이 잘 지워지고 유화성이 좋게 느껴질 수 있으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민한 피부라면 테스트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설화수 ‘순행 클렌징 오일’은 최종 평점 3.0점으로 3위에 머물렀습니다. 개운함(4.7점)에서 최고점을 받은 이 제품은 1차 종합평가(4.3점)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나 성분평가(3.0점)에서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안 원장은 “화학 성분이 좀 많이 들어간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성분표시를 살펴보면 화학 성분이 모두 앞쪽에 있네요. 많이 들어간 성분이 앞쪽에 표기하도록 돼 있지요. 행인오일, 밤껌질 추출물 등 좋은 원료가 많이 들어 있기 한데 아주 조금씩만 들어있나 봅니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