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졸속 합의, 정권 뒤흔들 것” 한일 네티즌 모두 분통

입력 2015-12-29 00:07 수정 2015-12-29 00:21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24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된 데 대해 한·일 정부는 저마다 만족한 듯한 입장이다. 그러나 양국 국민들 반응은 사뭇 싸늘하다.

28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기 1시간 전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식 페이스북에 지난 한해 외교를 돌아보는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외교에 있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며 운을 뗀 아베 총리는 “올 한해 관방장관, 부장관들과 일치단결해 내정 외교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는 특히 전후 70년이라는 고비의 해를 맞았으나 무사히 넘겨 기쁘다”며 “올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위안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아베 총리 글은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일본 네티즌들은 줄줄이 몰려가 댓글을 달았다. 9시간 만에 1300여개의 댓글이 달리고, 8400여개의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댓글은 위안부 협상 타결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 몇 개를 추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거짓말쟁이 조선인 나라에는 1엔도 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라. 아베 총리와 자민당 지지자는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우리 세금을 그런 일에 사용하지 말라.”

“아베, 한국에 대한 이번 대응은 완전히 잘못 판단했다. 국민의 의지와 상당히 어긋나 있다. 지금까지는 좋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유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외무상을 즉시 귀국시켜라.”

“만약 한국에 양보하는 일이 생기면 아베 총리는 지지층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아베 정권 자세를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완전히 환멸을 느꼈다. 예산에서 기금을 지출하는 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돼버린다. 위안부 동상 철거 합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나. 이런 졸속 합의는 정권을 뒤흔드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장래에 심각한 화근을 남기는 거다.”

국내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반기는 반응이 있는 반면 대다수 네티즌은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과거에도 일본에서 돈 준다고 했을 때 사과가 먼저라며 과거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요구해왔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눈앞의 이익을 좇다 엎질러지는 임시 국익은 필요 없다.”

“어설픈 사과 한마디와 10억엔으로 다시는 거론도 못하게 하려는 것이잖나. 피해자들이 법적배상을 원하는 건 확실하게 잘못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면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약 96억7000만원)을 출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문 내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거나 표현이 모호한 부분이 몇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도의적’이라는 수식어는 붙지 않았으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았다. 합의문에는 배상금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더군다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이전에 대한 인식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