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합의에서 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여당은 진일보한 것이라고 환영했지만, 야당은 법적 책임을 외면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당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야당은 합의안 문구에 법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과거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국회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한일 외교장관의 위안부 관련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한다고 한 것은 과거 '사사에(佐佐江)안'보다도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3년 고노담화 발표 당시 주일본대사관에 근무했던 심 의원은 "아베 정부하에서 일본이 군의 관여를 어떻게든 부인하고자 하는 시도를 했던 점에 비춰볼 때 군의 관여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안부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자금을 대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과거 일본은 아시아 여성기금에 정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굳이 민간 기금이라는 표현을 썼었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 예산 지원을 부인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정부 예산임을 명기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반성을 행하는 주체라는 것을 분명히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고노 담화는 일본군의 강제성을 이야기한 것이지 기금이라든지 이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합의와 고노담화를 일률적으로 비교할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고노담화의 의미도 퇴색되지 않고 유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법적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할 수 있는 여러 행위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위안부 문제는 큰 틀에서 정리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 만큼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일본 정부가 이번 합의를 잘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으로 판단된다"며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한일 관계를 조금이나마 풀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많이 미흡하다"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또 법적 책임을 토대로 한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이 필요한데 이번 합의는 그 3가지가 다 회피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문 대표는 "그래서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정부 발표에 동의하기 어렵다. 또 소녀상 철거 여지까지 남긴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를 처음 시작한 기획자 중 한 명인 새정치연합 이미경 의원은 통화에서 "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를 보면서 진정한 사죄를 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분명히 느낀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소녀상 앞에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10억엔이 아니라 100억엔을 주는 것보다 훨씬 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수 대변인도 "이번 회담의 최대쟁점인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였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며 "합의 내용을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국회 차원에서 합의의 배경에 대해서 철저하게 따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강창일 의원은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지금까지 입장과 비교했을 때는 진일보한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전히)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이후 어떻게 후속조치가 이뤄지는지 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강제동원에 대한 인정과 반인권적인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부분이 빠져 있다"며 "진실 규명에 대한 의지조차 나와 있지 않고, 민감한 외교문제를 하루빨리 털고자 하는 욕심이 부른 무책임하고 졸속적인 합의"라고 비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 “위안부 합의 매우 미흡…법적책임·공식사과·배상 모두 회피”
입력 2015-12-28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