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정상회담까지 유보하며 先 연내 위안부 해결 압박

입력 2015-12-28 18:48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 이후 한일 간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에서 일본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2012년부터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취임한 박 대통령은 첫 3·1절을 맞아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기조에서 과거사 문제를 풀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당시만 해도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측의 역사 도발이 계속되자 같은 해 9월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지금도 진행되는 역사인데 일본이 사과는 커녕 계속 그것을 모욕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그 문제(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하나도 해결 안 된 상태에서, 일본이 거기에 대해 하나도 변경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까지 못을 박았다.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의 선(先) 해결 방침을 확고히 제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같은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역사 도발이 계속되자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이듬해 3·1절 축사에서는 "과거의 역사를 부정할수록 초라해지고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다가 박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아베 총리가 전날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아베 총리의 친서를 갖고 방한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군대 위안부 문제 같은 것은 두 나라 사이 문제뿐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인권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잘 풀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우선 과제임을 다시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들어선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용기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 역사를 함께 써 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고, 지난 5월 아베 총리의 방미 당시 상하원 합동연설을 언급하면서 "아베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한 사과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미국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압박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하면서, 위안부 협상의 조기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커졌다.

더구나 한일 양국 정상이 6월22일 한일 수교 50주년 행사에 교차 참석하는 대형 외교 이벤트까지 진행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및 한일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계기 한일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리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문제(위안부 문제)도 어떤 진전이 있게 된다면 의미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10월30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양국 협상 가속화'에 합의했다.

또한, 같은달 13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 기구(OANA) 소속 회원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의 연내 방한을 지시했고, 결국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