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한일 외교부 장관의 28일 합의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의 산물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1991년 증언으로 공론화된 이후 24년간 해결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피해자들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 어려우니 일본의 역사적 짐으로 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박 대통령은 한일간 외교적 교섭을 진행시키고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의 진전을 사실상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강하게 압박했던 박 대통령은 양국간 입장차로 협상이 교착될 때마다 대승적 결단을 하면서 협상의 진전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 위안부 피해자 수용 ▲ 국민 납득을 꼽았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한일간 합의된 해결 방안이 이런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이날 한일 외교부 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군의 관여"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에 대해 언급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말을 전한 것에 대해 평가하는 분위기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2012년 이명박 정부에 제안했다가 거부된 '사사에안(案)'의 경우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었던 반면 이번 합의안에는 '도의적'이라는 표현이 없고 일본 정부의 책임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됐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이란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이 재단에 예산을 출연키로 한 것도 성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돈을 대고 우리 정부의 판단으로 치료 등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도 나름대로 상당히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논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결단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특히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군 위안부 문제는 '영구 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태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도 지난 8월3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90세에 가까운 고령인 점을 감안, 시급성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고령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생각하면 사실상 지금이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경제, 외교, 안보 등의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이웃국가인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한일간 경제협력의 중요성, 북한 문제에 대한 한일 및 한미일 차원의 안보 협력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관건은 정치·사회적으로 휘발성이 큰 일본 문제와 관련한 여론의 향배다.
한일 정부간 이번 합의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반 국민이 받아들이면 한일 양국이 과거사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역사적인 외교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합의가 미흡하다는 여론의 평가가 내려질 경우 한일 정부간 합의에 대한 역풍이 불면서 한일 관계가 이전보다 더 악화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국정 운영에도 부담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 국회 답변 등에서 이번 합의를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할 경우 국민의 부정적인 평가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이번 합의의 의미 등을 설명하면서 이번 결단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에서 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언행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합의 사항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외상을 접견해서도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본측의 조치가 신속히, 합의한 바에 따라서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가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朴대통령, 대승적 결단…여론이 관건” 외교적 성과 혹은 부담 기로
입력 2015-12-28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