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의 갈등 70분만에 풀었다” 한일 외교수장, 시작 전 신경전, 회담은 속전속결

입력 2015-12-28 17:25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주앉은 한일 외교장관은 회담 개시 70분만에 결론을 도출했다.

이날 오전 입국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오후 1시 53분께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 도착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담장인 17층 회의실로 직행했다.

회담장 입구에 먼저 도착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기시다 외무상을 맞이했다.

윤 장관은 "웰컴 투 코리아, 나이스 투 시 유'(Welcome to Korea, nice to see you·한국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기시다 외무상과 악수를 했고, 다른 일본 대표단 관계자들과도 연이어 악수했다.

반면 기시다 외무상은 시종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윤 장관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운집한 취재진을 가리키며 "(언론의) 관심이 많다"고 말을 꺼냈을 때도 기시다 외상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수 분간 어색한 침묵을 지키던 양측은 이례적으로 모두발언도 하지 않은 채 곧장 비공개로 전환해 회담에 돌입했다.

그러나 양측은 회담 직전까지 이어진 신경전을 무색할 정도로 신속하게 합의점에 도달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회담 1시간 10분 만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지은 뒤 오후 3시 30분께 외교부 청사 3층 국제회의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전하고, 한국 정부가 위안부 지원 재단을 설립하면 정부 예산으로 약 10억엔을 출연하겠다고 덧붙였다.

회담 결과를 발표한 양국 외교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곧장 자리를 떴다.

이날 회담장 주변에는 100명이 넘는 국내외 취재진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시각 외교부 청사 입구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적·법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기금 마련 정도로 봉합하려는 아베 정권의 태도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중년 남성이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고 외치며 기자회견장으로 난입해 한때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