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위안부 승부수 던졌다” 법적 책임 논란 여론 설득 과제

입력 2015-12-28 17:08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한일간 해묵은 과제이자 '난제 중의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광복 후에도 오랫동안 물밑에 잠복해있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증언에 나서면서 위안부 문제가 첫 공론화된 지 24년 만이다.

또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 분쟁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2011년 결정 이후 우리 외교 당국이 지난해 4월부터 국장급 채널을 통해 일본측과 교섭에 나선지 1년 8개월 만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의 최대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위안부 문제를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최대 갈등 요소를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위안부 합의는 공과를 떠나 '외교적 사건'으로 불릴만하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총리대신 자격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와 반성 등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의 10억엔 예산출연의 착실한 이행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면서 미래형으로 사실상 최종 해결을 확인했다.

이번 합의는 한일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위안부 문제를 더는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

한미일의 협력 틀 차원에서도 위안부 갈등을 해소하는 문제는 시급한 사안이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인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등 과거사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미일 협력구도도 느슨해졌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 일본 뒤에서 화해를 강력히 요구해왔고, 이번 위안부 협상의 성사 배경에도 미국의 바람과 역할은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일 협력의 연장선에서 북핵 등 북한의 위협에 대처와 향후 한반도 통일을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제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46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위안부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었다.

아울러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정상국가화에 나선 일본으로서도 국제사회에서 과거 만행에 덧씌워진 '반인도주의적 족쇄'를 푸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부 합의는 역사적 의미가 적지 않지만,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합의 이후에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여론의 향배다.

국내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핵심 쟁점이 법적책임 문제를 일본이 솔직히 인정하지 않으면 섣불리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창의적 대안'이라고 하지만 일본측의 법적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일 수도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내 보수, 우익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는 이번 합의의 취지를 국민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숙제를 다시 안게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