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4천여명 고소고발한 광주 '고발왕' 건축사 실형 선고

입력 2015-12-28 16:51
광주지역 일명 ‘고발왕’ 건축사에게 무고로 실형이 선고됐다.

문제의 건축사는 자신이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받은데 불만을 품고 최근 3년간 4000여명을 고소·고발했지만 대부분 사실과 달라 그동안 사법당국의 수사·행정력 낭비만 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노호성 판사는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건축사 임모(55)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임씨는 2012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건축법 위반 등으로 동종업계 건축사 등을 처벌해달라며 광주지검에 1543건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10개 검찰청에 접수된 사례를 포함할 경우 임씨에 의한 고소·고발은 1953건, 관련 당사자는 무려 4001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역에서 20여년간 건축사로 활동해온 임씨는 2012년 5월 현장조사 및 검사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업계의 관행인데 왜 나만 처벌 받아야 하는냐”고 호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임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다른 건축사들의 비리를 찾아 고소·고발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건축사와 건축주, 감리자, 설계자, 공무원들이 결탁했다고 확신한 임씨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건축 관련 서류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갈만한 대목이 있으면 이들을 무더기 고소·고발한 것이다. 임씨는 하루에 99건을 한꺼번에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씨가 지적한 위법 사례는 대부분 예외규정이 있어 단순 비교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많았다. 건축사와 공무원들이 결탁했다는 결정적 증거도 없었다.

임씨는 자신의 추측이나 단순 비교 자료만을 토대로 고발을 남발했다. 관련자들에게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씨는 이 과정에서 “위법 사실을 알리고 고발하겠다”며 관련자들을 협박해 1000여만원을 뜯어냈다. 건축사 면허를 빌려주고 무면허 업자가 주택을 짓는 데 가담하기도 했다.

결국 임씨가 10개 검찰청에 고발한 사건 중 약식기소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하되거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임씨는 위법 행위에 가담해 형사처벌을 받자 공익 신고임을 내세워 수년간 고발을 남발했다”며 “고발을 당한 건축사 등을 형사처벌 위험에 빠뜨리고 수사자원 투입을 강요해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는 점에서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임씨는 신고 사실이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최소한의 확인과정 조차 거치지 않고 허위사실을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