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기로에서 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다시 한번 정면돌파에 나섰다.
수도권·중진 그룹의 중재안인 조기 선대위 카드를 전격 받아드는 모습을 통해 총선체제로 조속히 전환, 사분오열된 당 상황을 뚫고 가겠다는 것이다. 중재안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추가 탈당이 없어야 한다"며 전제를 달았지만 이번에는 별도의 조건을 걸지 않았다.
조기 선대위가 추가 탈당을 막고 단합을 기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내세워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탈당 결행 임박설이 돌고 있는 당내 인사들의 탈당 명분을 빼앗는 동시에 설령 추가 탈당을 막지 못하더라도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인 셈이다.
특히 문 대표는 "다만 제 거취는 제가 정한다. 결단도 저의 몫"이라며 "더이상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자신의 퇴진을 분란 수습의 해법으로 제시했던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에 대해 '사퇴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기 선대위의 성격을 '혁신 선대위'로 규정한 것도 계파 수장형 나눠먹기는 없다는 평소 지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또한 탈당파들을 향해 "뜻을 거두어주길 바란다"고 탈당을 만류하면서도 "무엇보다 당의 혼란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문 대표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설령 좀 작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결속해야 한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에서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비주류에서는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라는 선전포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표는 추가 탈당 흐름과 관계없이 일단 조기 선대위를 가동, 총선 체제 전환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복안으로 보여진다. 더이상 내부 분란에 발목이 잡히기 보다는 전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영입으로 시작된 외부 영입과 공천 혁신 등을 통해 승부수를 보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실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최고위원회의(30일)부터 선대위 구성 시기와 인선, 권한 등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최고위원들에게 밝혔다.
추가 탈당자가 발생하더라도 조기 선대위 논의는 계속 진행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성수 대변인은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나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상들이 연말까지는 정리되고 새해부터는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진군해가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조기 선대위는 그런 차원에서 검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한다” 문재인, 정면돌파 마이웨이
입력 2015-12-28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