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조금씩 의견차를 줄여가는 게 협상이고, 정치인들은 이 분야 전문가다. 그런데 이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협상이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대표가 모여 벌이는 선거구 협상이라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적했다. 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뒤에서 결렬을 조종하고, 앞으로는 일 안하는 국회를 질타하는 1인 2역 상황극을 펼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는 28일 국회 본청 농성장에서 전날 또다시 불발로 끝난 여야 선거법 협상과 관련 “여덟 번의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는 합의를 위해 단 한 번도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않은 새누리당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안면몰수하고 버티면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저열한 속셈”이라고 새누리당을 몰아붙였다. 이어 “부당한 기득권 보전도 모자라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맞춰 개악안을 날치기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심상정 대표는 국회 협상 교착상태의 원인이 야당 난맥상이 아닌 청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선거구든 쟁점법안이든, 여야협상이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는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총재”라고 했다. 이유로는 “여야 교섭의 실권은 장막 뒤의 청와대가 틀어쥐고 있다”라며 “여당 지도부는 최소한의 재량권도 없는 하청 관리자”라고 했다.
심상정 대표는 협상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차라리 박근혜 대통령이 교섭의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향해 “뒤에서 결렬을 조종하고, 앞으로는 일 안하는 국회를 질타하는 1인 2역의 상황극을 펼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청업자’ 손에 쥐어진 협상의 시한 자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데드라인이 끝나면 남은 건 청와대가 바라는 직권상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박근혜 대통령 1인2역 상황극 멈춰야” 심상정 대표의 토로
입력 2015-12-28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