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사우디 테러 조장”…이슬람권 단합 강조

입력 2015-12-27 23:06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29회 이슬람통합회의에 참석해 종파 구분을 떠나 무슬림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니파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 세계의) 테러와 폭력 가운데 84%가 이슬람 세계, 아프리카, 중동, 서아시아에서 벌어질 정도로 무슬림이 흘리는 피에 대한 책임은 무슬림에게 있다”며 “시리아와 이라크의 유혈충돌은 결국 이스라엘에만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아 초승달’(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시아파 진영)이나 ‘수니 초승달’(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수니파 진영)같은 이름은 왜곡된 명칭”이라며 “이슬람 세계는 하나의 달 아래서 뭉쳐야 한다”고 연설했다.

특히 인터넷 공간과 현실에서 이슬람의 이름으로 극단주의와 폭력이 유포되면서 만들어진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데 단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에시(이슬람국가(IS)의 아랍어식 명칭)와 같은 테러조직이 번성하는 원천은 이슬람권의 경제·문화적 빈곤”이라며 “테러리즘을 박멸하는 것은 미국의 폭탄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이런 가난한 이들에게 이런 무기를 살 돈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사우디에 대해서는 “예멘을 폭격하고 시리아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반군을 지원하면서 중동의 빈곤과 테러리즘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