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같은 시간 정면 충돌” 표창원 영입 대 합리적 개혁 깃발

입력 2015-12-27 17:58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노선·인물 경쟁이 27일 본격 점화됐다.

야권 지지층과 무당파 내에서 '파이'를 누가 더 키우느냐, 그리고 얼마나 경쟁력 있는 인물을 끌어들이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어서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기성 정치권을 '낡은 정치'로 규정, '합리적 개혁'을 신당의 노선으로 제시했다. 같은 시각 문 대표는 외부인사 '영입 1호'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카드를 꺼내들며 맞불을 놓았다.

노선 면에서 안 의원이 '낡은 진보'나 '수구 보수'의 양극단이 아닌 중도층을 저변 확대의 일차적 타깃으로 겨냥하고 있다면 문 대표는 일단 진보 색채 강화를 통한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이은 외연 확대 수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의 이분법에서 극복해야 한다는 탈이념의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껴온 유권자들을 흡수, '어게인 2012'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표의 경우 처음부터 중원을 놓고 안 의원과 정면충돌을 하기 보다는 야당의 선명한 정체성 정립으로 '왼쪽'부터 튼튼하게 다진 뒤 단계적으로 중간지대로 옮겨가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읽혀진다.

어설프게 '산토끼 전략'으로 갔다가는 자칫 '집토끼' 마저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하지만 안 의원은 "증세 문제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며 증세 문제를 건드리는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도 손에서 완전히 놓지 않았다. 문 대표도 "중도로 확장하는 영입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젊은 층 공략을 둘러싼 양측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은 "30∼40대가 정치의 중심과 주체가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문 대표의 '표창원 카드' 역시 2030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문 대표가 이날 표 소장 영입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인물 영입에 들어간 가운데 안 의원도 인재 영입을 신당 창당 작업의 0순위로 놓고 여기에 올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측 한 핵심 관계자는 "실물경제에 능통한 기업인 출신을 포함, 경제 전문가를 영입 1호로 놓고 안 의원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경제가 최우선"이라며 "경제전문가가 비례대표 1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운찬 전 총리, 김종인 전 의원 등 영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이들의 상당수는 경제통들이다.

인재 영입 문제를 놓고 양측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표 소장이 "정치를 함께하자며 연락하고 제안했던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 천정배 의원, 정의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여러 선배 정치인께 무례하게 거절하고 무응대한 점 사과드린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안 의원측은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도의에도 어긋난 발언"이라고 발끈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표 소장에게 영입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아마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던) 새정추 때일 것이다. 아주 옛날…"이라고만 언급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장하성 고려대 교수 영입 문제를 놓고도 기싸움이 전개됐다. 문 대표는 "장 교수님은 원래 우리당하고 오랫동안 그런 관계를 가져왔다. 저도 장 교수님을 만나 왔고 안철수 대표의 신당은 요즘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측은 "장 교수의 의사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언짢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