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들과 애환을 나눠온 전주 고사동 동그라미제과가 60년 만에 문을 닫는다.
1956년 개업한 호남제과에 뿌리를 둔 동그라미제과는 27일 마지막으로 빵을 구웠다.
이 곳은 전주시민이나 전주 영화의 거리를 찾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른 지역 명소다. 영화의 거리 입구에서 환갑의 연륜을 쌓은 이 제과는 거대자본을 앞세운 대기업 프렌차이즈 빵집이 잇따라 상권을 잠식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돼 결국 간판을 내리게 됐다.
1976년 호남제과를 인수해 동그라미제과로 상호를 바꾼 뒤 40년간 각종 빵을 만들어온 현재 업주 전서봉(68)씨가 고령 탓에 은퇴를 결심한 것도 폐점하게 된 배경이 됐다.
제과점이 영업해온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것이다. 영화의 거리에서 가장 오래돼 40~60대 전주 시민들의 청소년 시절 ‘약속 장소’로 각광받았다.
그동안 제과점 앞 영화관은 삼남극장에서 피카디리, CGV로 세 번이나 간판을 바꿔 달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이후 동그라미제과에서 고안해 만든 ‘수제 초코파이’는 달콤하고 아삭한 맛으로 한동안 긴 줄을 서서 사가야 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전씨는 “19살에 제과에 입문할 당시는 연탄 가마에 빵을 굽고 사과와 팥을 사다가 잼을 만들어 빵을 팔던 시절이었다”며 “어렵게 제과업계를 지키는 후배들이 자기만의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키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전주 영화의 거리 지켜온 동그라미제과 60년만에 문 닫는다.
입력 2015-12-27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