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古書 강의하던 여고생…성균관대 수시 최종 합격

입력 2015-12-27 19:50
성균관대는 최근 수시모집에서 우리 민족의 고대신화와 관련된 서적을 출간하고 인터넷 강연도 한 김포제일고 3학년 정수연(18)양이 글로벌 인재전형에 최종 합격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양은 지난해 5월 신라의 충신 박제상이 쓴 ‘징심록’ 가운데 일부인 ‘부도지’를 직접 해설한 책 ‘정수연의 부도지’를 출간했다. 부도지는 1만4000년 전 있었다는 마고성(麻姑城)이 인류의 시원문명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역사학계에서 활발하게 인용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뿌리와 기원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정양은 2012년 고교에 진학해 역사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부도지 원전과 해석본을 읽다가 많은 사람들이 숨겨진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해설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생각보다 번역 작업은 어려웠다. 한문사전을 옆에 끼고 살다시피 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 자는 시간을 줄여 번역에 매달렸다.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다.

정양은 “해석 작업이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내용이 재밌고 놀라웠다”고 했다.

책을 낸 정양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부도지를 강의하는 영상 130여개를 올려놨고, 이 영상들은 많을 때는 3000여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주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기도 했다.

정양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내년에 사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역사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보물섬 같은 학문”이라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