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은 일요일 오전 11시의 남자다.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소식을 일요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알린데 이어 27일에도 같은 시간대를 이용해 새 정당의 노선에 대해 설명했다. 탈당 이전엔 탈당 예고 발언 및 혁신전당대회 관련 요구사항 등도 모두 일요일 오전 시간대를 이용해 내놓았다. 뉴스가 드문 일요일 오전 생중계를 통해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또 한 주의 정치 의제를 미리 선점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2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합리적 개혁노선을 정치의 중심의 세우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제목은 “지금, 다음 세대를 위해 담대한 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였고, 200자 원고지 39매가 넘는 분량이었다. 읽는 데만 20분 가까이 걸리는 담대하고도 방대한 양이다.
이 방대함은 일정 정도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새 정당의 정책노선에 대해서 장황하게 회견문을 낭독하는 그 시간, 새정치민주연합에선 표창원 박사의 입당 회견이 시작됐지만 방송의 생중계를 획득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표까지 참석했는데도 그렇다. 이미 안 의원에게 카메라가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동시에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장황했던 기자회견문을 딱 4장의 카드뉴스 형식으로 압축해 올렸다. 첫 장은 “다음 세대를 위해 담대한 변화를 시작할 때”라고 시작한다. 두 번째 장은 “경제가 문제다”라며 “정치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세 번째 카드는 “새정치의 목표와 비전은 우리사회의 총체적 변화”라며 “공정성장 교육혁신 격차해소 튼튼안보”를 키워드로 소개한다. 이어 “새 정당은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노선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한다.
안 의원의 카드 요약에는 회견 원문에 담긴 “몇몇 재벌에 의존해서는 재벌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한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등의 중요 디테일은 빠졌다. 하지만 일요일 오전 사람들이 꼭 기억해 주길 바란 내용은 간명하게 담아냈다. 당분간 일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안철수의 메시지 릴리즈 방식은 계속될 듯 하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일요일 페이스북 카드뉴스…안철수가 메시지를 던지는 법
입력 2015-12-27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