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 여부는 문화재청 재량이지 소송으로 가릴 문제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화재청은 1978년 경기민요를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묵계월·이은주·안비취 명창이 1세대 경기민요 보유자다. 97년 안비취 명창이 타계하자 그의 제자 이춘희 명창이 보유자를 이어받았다. 묵 명창이 2005년 건강 문제로 정상적인 전수교육이 불가능해져 명예보유자로 물러나면서 현역 보유자는 2명으로 줄었다.
문화재청은 2011년 ‘보유자 추가인정 여부 조사’를 하면서 90년대부터 전수교육 조교로 활동한 소리꾼 5명에게 이력서를 받고 기량평가와 면담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본과위원회는 보유자를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기민요는 유파를 인정하지 않고 보유자가 2명 있어 전승이 단절될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모(59·여)씨 등 안 명창의 제자 2명은 의결 내용을 통지받고 문화재청을 상대로 보유자 추가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보유자 인정이 문화재청 재량일 뿐 이씨 등에게 추가인정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반면 2심은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보유자 추가인정을 하지 않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게 주된 근거였다.
대법원 판단은 1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추가인정에 관한 규정이 중요 무형문화재 보존이라는 공익 외에 보유자로 인정될 개인의 이익도 함께 보호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를 경기민요 보유자로 추가인정하지 않았어도 권리나 법적 이익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어 소송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원고 승소로 판결한 2심을 파기하고 자판(自判)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파기자판이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깬 뒤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판단을 마무리 짓는 것을 뜻한다. 다른 조교 1명은 상고심 소송을 취하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대법, "무형문화재 지정은 문화재청 재량권… 소송대상 아냐"
입력 2015-12-25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