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1년… ‘연기 끝판왕’ 이병헌이 다시 웃기까지

입력 2015-12-25 00:03 수정 2015-12-25 00:07
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이병헌(45)이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보답할 길은 연기밖에 없다는 그의 정공법이 결국 통했다.

영화 같았던 1년여가 흘렀다. 지난해 9월 협박 스캔들이 불거진 뒤 이병헌은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사건은 7개월 만에 마무리됐으나 대중의 싸늘한 시선은 변치 않았다.

여파가 채 가시기 전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됐다. 이병헌 분량이 많지 않은 작품이었기에 반발여론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은 남긴다”는 호평이 나왔다. 흥행 스코어(320만명) 역시 괜찮았다.

한 달 뒤 이병헌은 공식석상에 나서 직접 사과했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 개봉을 앞두고 용기를 낸 것이다. 그는 “어떤 비난도 저 혼자 감당을 하겠다. 저 때문에 스태프와 관계자들의 노고가 가려지지 않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얄궂게도 협녀는 흥행에 참패했다. 이병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작품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병헌은 자책감에 시달린 모양이다. “나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닌지 마음이 무거웠다”고 후에 토로했다.

그래서였을까. 영화 ‘내부자들’을 내놓으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 전면에 나섰다. 스캔들 이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물론 무대인사를 돌며 관객을 직접 만났다.

여론을 급반전시킨 건, 역시 연기력이었다. 권력층의 비리를 다룬 영화에서 이병헌은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맡았다. 다소 진부할 수 있던 캐릭터를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눈빛만으로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내부자들 개봉 이후 이병헌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다. 조승우·백윤식의 빛나는 호연에도 유독 그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대부분 “이병헌 인생작이 나왔다”거나 “역시 연기력만큼은 최고”라는 식이었다.

입소문을 탄 영화는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들였다. 지난달 19일부터 현재까지 관객 658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23일 발표)을 동원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베테랑’(1341만명) ‘암살’(1270만명)에 이은 세 번째 흥행작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저씨’(628만명·2010) 스코어를 5년 만에 깼다. 폭발적인 반응에 힙 입어 3시간짜리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까지 개봉하게 됐다.

23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이병헌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긍정적인 여론이 많아졌다는 말에 그는 “함께 작업한 모든 사람들에게 혹시나 피해를 줄까봐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사라져서 너무 다행”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연기력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겁다는 얘기를 건네자 이병헌은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배우는 영화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새롭게 평가받아야 하는 게 늘 숙제죠. 그래서 그런 것에 쉽게 일희일비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는 한결 홀가분한 표정으로 차기작 ‘마스터’ 이야기를 이어갔다. 후배 강동원·김우빈과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이병헌은 “두 사람 모두 사석이나 시상식장에서 만난 적이 없다”며 “호흡이 어떨지 잘 상상이 안돼 더욱 기대가 된다”고 웃었다.

마스터 촬영은 내년 3월 들어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