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출판계를 단 한 줄로 정리한다면 ‘한국 문학의 실종’이라고 기록될 것이다. 유례가 없다 할 정도로 신작이 나오지 않았고,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제외하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국 문학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새로 발견된 작가는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 화제작을 쏟아낸 소설가 장강명이 거의 유일했다.
지난 6월 소설가 이응준의 고발성 기고로 촉발된 ‘신경숙 표절 논란’은 한국 문학계를 윤리적인 차원에서 강타했다. 논란은 한국 문학계의 상업화와 권력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졌고, 한국 문학을 이끌어온 창비와 문학동네의 리더십 교체로 이어졌다. 특히 창비를 50년간 이끌어온 백낙청 편집인의 사퇴는 한국 문학과 출판에서 이념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미움받을 용기’로 지난 2월 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 연말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80만부 이상이 판매됐으며, 국내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새로 작성하는 중이다. 내년 봄에 후속편이 나온다.
‘제국의 위안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올해의 책’이라고 할 만하다. 일본군 위안부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는 점, 저자 박유하 교수(세종대)에 대한 고발과 검찰의 기소 결정,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주목한 점 등 책 한 권이 일으킨 파장이 컸다.
김남중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