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학대소녀, 당신이 살렸소!” 빵서리 지켜준 슈퍼주인 ‘뭉클’

입력 2015-12-25 00:10
한 네티즌이 로드뷰로 찾아낸 인천 연수동의 O슈퍼 전경. 인터넷 캡처
한 네티즌이 로드뷰로 찾아낸 인천 연수동의 O슈퍼 전경. 인터넷 캡처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오랜기간 학대 당한 11살 아이가 맨발로 탈출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집 근처 슈퍼였다. 아이는 굶주림에 지쳐 과자와 빵을 훔쳐 먹었다.
11살 학대 당한 아이를 이상하게 여겨 부모에게 전화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O슈퍼에 달린 네티즌 평가와 댓글. 인터넷 캡처
11살 학대 아이가 굶주림에 슈퍼에서 빵을 훔쳐 먹었을 때, 슈퍼주인이 아이 부모에게 전화를 했다면 아이는 지금 어땠을까. 이런 걱정 섞인 반응은 인천에서 밥을 주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맨발로 탈출한 A양 학대 뉴스가 보도됐을 때부터 나왔다. 슈퍼 주인의 대응을 칭찬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한 네티즌이 이 슈퍼의 상호명과 주소를 찾아 인터넷에 공개하며 “칭찬해 마땅하다”고 올린 글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슈퍼 주인은 쏟아지는 관심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슈퍼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바빠서 통화가 어렵다”며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네티즌 ‘187Ce**’는 24일 트위터에 인터넷으로 실제 거리를 볼 수 있는 서비스 ‘로드뷰’에서 인천의 한 O슈퍼를 찾은 화면을 공개했다.


네티즌은 A양 학대 사건을 보도한 한 방송사의 화면에서 몇가지 특징을 짚어내 로드뷰를 뒤졌다고 했다.

그는 “학대 아이를 구한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 드디어 찾아냈다”며 “정보가 너무 부족해 직접 찾았고 확인 전화도 했다”고 적었다. “(이런 슈퍼는) 정말 흥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글은 올린 지 하루 만에 4300건이 넘게 리트윗(퍼날라짐)됐다. “귀찮다고 아이를 추궁해 부모에게 돌려보냈다면 아이가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살린 슈퍼다” 등 칭찬이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다음 로드뷰 O슈퍼 평가란에도 극찬에 가까운 댓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해당 슈퍼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며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 되시기를 바란다” “가슴이 찡하다” “이곳이 바로 사랑으로 한 아이를 보고 목숨까지 구해준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군요. 부자되세요” 등 감사 인사를 남겼다.

아이 목숨을 살린 슈퍼로 알려진 인천 연수동의 O마트는 본보의 두 차례에 걸친 취재 통화에 “할말이 없다” “취재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한 여성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끊겠다”고만 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보였다.

그러나 A양은 슈퍼 주인의 경찰 신고가 아니었다면 다시 집에 갇혔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지난해 집을 도망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길을 가던 음식배달원이 집에 데려다 줘 다시 집에 갇혔다고 한다.

굶주림에 지친 A양은 지난 12일 가스 배관을 타고 2층 창문을 타고 탈출했다. 아이는 집 근처 O슈퍼에 들어가 무언가에 홀린 듯 바구니에 과자와 빵을 담았다. 자리에 서서 몇 개를 까먹기도 했다. 이 모습은 슈퍼 안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A양은 먹을게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나가려다 주인에게 붙잡혔다. 한 겨울,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신발도 신지 않은 아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