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즈니랜드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던 영국의 무슬림 가족이 비행기 탑승 직전에 미국으로부터 입국 거부를 통보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무슬림 단체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전면 입국 금지 발언’이 현실화된 것이냐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영국의 정치권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국민의 입국을 거부한 미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양국 언론에 따르면 모하메드 타리크 마무드(41)는 지난 15일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비행기 출발 직전에 미국으로부터 입국 거부 통보를 받았다. 마무드 가족 11명 일행은 비행기에 실은 짐을 내리고 발길을 집으로 돌려야 했다. 몇 달간 저축한 돈으로 지불한 항공료 1만3000달러는 돌려받지 못했다. 싼 비행기 표를 구하느라 환불이 안 되는 조건의 티켓을 구매한 탓이다. 미키 마우스를 만날 꿈에 부풀었던 마무드의 자녀들과 조카들은 눈물을 흘렸다.
마무드는 “내 이름이 모하메드라는 것 말고는 미국이 (자신의) 입국을 거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무슬림단체인 미-이슬람관계협회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을 국토안보부가 비공식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냐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영국의 스텔라 크리시 하원의원은 마무드 가족의 사연을 가디언에 싣고, 미 정부가 분명한 입국거부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총리도 조만간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무드 가족 뿐 아니라 최근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수속을 밟던 중 미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영국의 무슬림이 20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미 당국은 성명을 내고 “특정 종교를 이유로 여행객의 입국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무슬림 영국인 가족, 디즈니랜드 가려다 입국 거부당해
입력 2015-12-24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