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우주·기운·혼·사랑·나비” 2015년을 강타한 朴 대통령의 말말말

입력 2015-12-24 14:28
사진=메르스가 한창이던 6월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15년 최고의 화자는 단언컨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이 입을 열 때마다 각종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새로운 검색어가 생겨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달변가는 아니더라도 최고의 화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생겨난 검색어는 대략 우주·기운·혼·사랑·나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배신의 정치, 아이슬(IS), 립서비스 등이 있죠. 친절한 쿡기자가 2015년 연말을 맞아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됐던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박 대통령 발언으로 검색어가 생긴 건 우주발언 부터입니다.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박 대통령은 “정말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네티즌들은 ‘우주어법’이 등장했다며 각종 신조어와 패러디를 쏟아냈습니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6월에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주목 받았죠. 6월1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말에서 촉발됐습니다.

당시 이 발언을 두고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더불어 책임회피성 발언인 ‘아, 모르겠다’의 뜻의 인터넷 용어 ‘아몰랑’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10월 국정 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는 ‘기운’이라는 표현을 써 검색어가 됐습니다. 이는 10월28일 청와대 5인 회동에서 “부끄러운 역사를 보이는 부분이 교과서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답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이후 ‘혼(魂)’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우주-기운-혼’이라는 단어를 묶어 ‘무속인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혼 발언은 11월10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교과서 강행 의지를 피력하며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고 한 말에서 불거졌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전우용 역사학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의 ‘혼’은 ‘정상’일 일까요? 참으로 무서운 건, 그의 ‘혼’을 숭배하는 일입니다”라고 일갈해 논란이 더 커졌죠.

지난달 24일에는 ‘복면(覆面) 집회·시위 금지법’을 피력하면서 시위대를 ‘IS’에 빗대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며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여론은 즉각 들끓었죠.


대통령이 자국민을 IS에 비유한 것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네티즌이 많았습니다. 작곡가 김형석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복면가왕 꼴랑 그거 한 프로하는데 복면 금지라니…”라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노동개혁을 어필하며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고 지난 23일에는 ‘나비’라는 표현을 써 이슈가 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만혼화 현상을 우려했고 그 원인을 일자리 문제로 연결지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젊은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없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나비 발언은 23일 열린 2015년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누에가 나비가 되어 힘차게 날기 위해서는 누에고치라는 두꺼운 외투를 힘들게 뚫고 나와야 하듯 각 부처가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이룰 수 있다”라고 한 말에서 나왔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다수의 네티즌들은 아몰랑 화법에서 시인 화법으로 진화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죠.

이밖에도 많은 어록들이 있습니다. 지난 7월 유승민 사퇴 사태 때는 ‘배신의 정치’라고 말해 각종 미디어가 이를 차용했고 지난 24일 국회 입법 지연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앉아서 립서비스만 한다”고 꼬집어 야당의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2015년에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온라인이 들썩였는데요. 올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어록이 추가 될지 아니면 이렇게 마무리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또 내년엔 어떤 화법을 선보일지도 기대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