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모진 학대받던 11살 소녀 '지옥 같은 집' 맨발 탈출기

입력 2015-12-24 11:32

아버지에게 2년동안 감금당하고 폭행당한 11살 A양. A양은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 지옥과도 같은 집에서 탈출을 감행했다.

아버지 B(32)씨는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온 A양에게 “허락 없이 나왔다”며 빨간색 노끈으로 딸의 손발을 묶었다. 며칠째 거의 밥을 먹지 못한 채 물만 먹고 지낸 A양은 너무 배고파 탈출을 결심했다.

A양은 뒤로 묶인 손의 노끈을 풀고 2층 창문을 나와 가스 배관을 타고 집 밖으로 나왔다.

A양은 작년에도 탈출해 집밖으로 나왔지만 길 가던 음식배달원이 A양의 남루한 행색을 보고 집에 데려다 주는 바람에 다시 감금됐다.

A양은 집을 나온뒤 영하의 날씨에도 반바지에 맨발로 동네를 돌아다니다 집에서 약 150m 떨어진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A양은 바구니에 과자·사탕 등을 마구 담다가 가게 한편에 주저앉아 과자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어 바구니를 들고 슈퍼를 빠져나오려다가 주인에게 들킨 뒤에도 A양은 손에서 과자를 놓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가 수상해 슈퍼마켓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슈퍼마켓 주인은 “6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맨발로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A양은 야윈 상태였다.

경찰이 와서 집이 어디냐고 묻자 A양은 고아원에서 나왔다고 둘러댔다. 끔찍한 집으로 또다시 보내질까 무서워서 한 거짓말이었다.

A양은 병원에서도 가족을 말하지 않다가 경찰이 “사실대로 말하면 집으로 안 보내겠다”고 말하자 그제야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A양이 털어놓은 아빠의 학대는 충격적이었다.

A양은 2013년 가을 인천 연수구 빌라로 이사온 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감금된 상태로 2년을 넘게 지냈다.

아버지 B씨는 직업도 없이 온종일 게임에만 몰두하다가 툭하면 손과 발로 A양을 때리고 심지어는 행거 쇠파이프도 휘둘렀다. 때리고 나서는 화장실 또는 세탁실에 가뒀다.

부천에서 2학년 1학기까지만 학교를 다니고는 그 이후로는 학교도 못 다녔다.

일주일 가까이 밥을 주지 않아 굶은 적도 있었다.

A양이 발견된 당시 키는 120cm, 몸무게는 16kg이었다. 11살 아이가 4살 평균 몸무게에 불과할 정도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은 A양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이미 B씨와 동거녀 C(35), 함께 살던 친구 D(36·여)씨는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16일 오후 경기도 광명과 인천의 한 모텔에서 B씨 등 3명을 잇따라 체포했다.

동거녀 C씨는 경찰서에 와서는 아이 건강을 걱정하기보다는 “우리 강아지는 잘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뻔뻔함을 보였다.

동네 이웃들은 A양이 그 집에 사는 줄조차 몰랐지만 B씨와 C씨가 외출할 땐 늘 강아지를 아기처럼 가슴에 품고 끔찍이 아꼈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 상해·감금·학대치상과 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현재 보호를 받고 있는 A양은 밝고 말을 잘하며, 자기 의사 표현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동안 굶주림에 시달린 탓인지 밥을 허겁지겁 먹는 등 음식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아빠가 처벌을 받기 원하느냐는 물음에 A양은 정확하게 ‘네'라고 답했다.

B씨 등 3명은 결국 24일 검찰로 송치됐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