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혼내지 말고 칭찬해 달라” 460만원 촌지 받은 초등교사 ‘무죄’

입력 2015-12-24 10:00 수정 2015-12-24 10:25
학부모에게 현금과 상품권 등 수백만원의 촌지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A씨(4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4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지난해 3월~9월 사이 학부모 2명에게서 상품권 230만원과 현금 200만원, 공진단 30만원 등 4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학부모 B씨는 ‘아이가 숙제를 못했다고 혼내지 말아 달라’, ‘상장 수여식에서 차별하지 말아 달라’, ‘생활기록부를 좋게 기재해 달라’ 등 자녀의 학교생활에 각종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현금과 상품권 등 13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 또 다른 학부모 C씨는 ‘공부 못 한다고 공개적으로 망신 주지 말고 칭찬해 달라’며 상품권과 공진단 등 33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법원은 A씨의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했지만, 학부모의 청탁을 부정(不正)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배임 수죄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부모들의 청탁 내용은 피고인이 교사 직무권한 범위에서 자녀를 신경 써서 잘 보살펴달라는 취지”라며 “통상 초등생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선생님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사회상규에 어긋나거나 위법하게 또는 부당하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같은 학교 교사 D씨(45)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B씨가 학부모에게 상품권 100만원, 현금 300만원을 받았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학부모의 진술이 계속 바뀌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