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조기 선대위 카드 벌써 폐기?” 분당 위기 속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15-12-23 23:10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 수습책으로 23일 '조기 선거대책위 체제 카드'가 부상했으나, 이를 둘러싼 당내 기류가 엇갈리면서 혼돈 탈출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조기 선대위 제안에 공감한다며 '2선 후퇴'를 시사, 돌파구를 찾는듯 했으나 비주류는 "너무 늦었다"며 문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하며 수용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이다.

또한 문 대표가 오후 들어 추가 탈당 차단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선대위는 공천권을 가질 수는 없다며 '시스템 공천'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수도권 및 중진 중재안에 대한 문 대표의 수용 여부를 놓고도 혼선도 빚어졌다.

무엇보다 현 국면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김한길 전 대표가 문 대표의 조기 선대위 언급에 대해 "그 정도로는 국민적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혀 결국 분당 수순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선 후퇴'·선대위 권한 논란 …친문(親文) 진영 '발칵' =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단합과 총선승리를 위해 혁신과 단합을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며 당내 공론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선대위 참여 여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총선 관련 전권을 선대위로 넘기자는 수도권 의원들과 중진들의 제안에 화답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전날 문 대표와 면담한 수도권 재선인 우상호 의원은 문 대표의 선대위 참여 문제와 관련, "문 대표가 '전권을 내려놓겠다는 마당에 내가 선대위에 참여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하지만 문 대표측 인사들은 "대표의 뜻을 2선 후퇴로 곡해해선 안된다"고 펄쩍 뛰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중진 및 수도권 의원 중재안의 구체적 내용에 공감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기선대위를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는 것이 문 대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대위의 권한과 관련, "공천과 관련한 전권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공천과 관련해 대표든 최고위원회의든 선대위원회든 전권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며 문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이는 선거 관련 전권을 선대위로 넘긴다는 중재안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문 대표측 한 핵심인사는 "문 대표가 애초 수도권 및 중진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세부적 내용까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탈당 없다는 담보 선행돼야" vs "이미 늦었다…文 사퇴만이 답" = 애초 이번 중재안을 주도한 수도권 의원들은 중진그룹이 이날 낮 오찬 회동을 통해 총선 관련 전권을 선대위로 넘기자며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담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곧바로 환영 성명을 냈다.

이달 내로 선대위를 구성, 선거 관련 모든 권한을 선대위로 위임하고 당 대표는 일상적 당무와 함께 야권의 연대와 통합을 위해 헌신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김 대변인을 통해 "더이상 추가 탈당을 막는다는 단합의 약속이 조기 선대위 구성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류측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대위를 구성하고 전권까지 넘긴다고 했는데 탈당하려던 사람들이 모두 탈당한다면 대표만 물러나는 것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비주류측은 비주류측대로 "국민을 감동시키기 부족한 안"이라며 수용 불가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비주류 인사들로 이뤄진 구당모임은 이날 심야에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문 대표에 대해 "배수진을 치면 감동을 주지 않는다. 늦었다"고 밝혔다.

◇文, 강경파 반발 무마용? vs 수용 입장 후퇴? = 문 대표가 중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 전해지면서 주변 강경 기류를 달래기 위한 내부용 제스처인지 아니면 입장이 후퇴된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공개회의에 앞서 열리는 사전 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따로 상의하지 않고 최고위 공개 발언을 통해 조기 선대위 수용 입장을 전격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정청래 최고위원은 트위터글을 통해 조기 선대위 카드에 대해 '지도부 흔들기', '초법적 발상'으로 규정, "당 대표와 최고위의 모든 권한을 넘기라는 건데, 선대위는 선거운동 기구이지 공심위나 최고위 대체기구가 아니다. 반대한다"라고 반발했다.

문 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한 것으로 이해했던 수도권 및 중진 의원들은 다소 당혹감 속에 진의 파악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