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박 성탄복권', 마을·직장 단체 당첨 이유는?

입력 2015-12-23 20:43

세계 최대의 당첨금으로도 유명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복권 ‘엘고르도’(뚱보)의 올해 1등 당첨금 총액 8200억원이 지방 소도시의 한 마을 주민 수천명에게 돌아갔다.

매년 12월 22일 추첨하는 이 복권의 고액 당첨금을 어느 동네나 특정 직장 사람들이 단체로 받아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다.

엘고르도 복권은 1등 당첨자가 한 명 또는 많아야 10여명 이내인 일반 복권들과는 구조가 다르고 스페인 사람들의 이 복권 구매 풍토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 복권에는 모두 다섯 자리의 숫자가 찍혀 있다. 00000부터 99999까지 총 10만개의 서로 다른 고유번호가 복권에 찍혀 있다.

추첨할 때는 각 고유번호가 찍힌 작은 나무 공 10만개가 들어간 통에서 하나를 꺼내는 방식으로 각 등수 번호를 추첨한다. 올해의 1등 번호는 ‘79140’이었다.

같은 고유번호를 가진 복권 추첨권인 비예테는 160장 발행된다. 각 복권 판매점에 배정되는 고유번호는 통상 1종이며 많아야 2종이다. 이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번호를 사고 싶으면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가서 사야 한다.

비예테 한 장의 가격은 200유로(약 25만6000원)다. 비예테는 10장의 데시모(10분의 1의 뜻)로 이뤄져 있다. 데시모에도 비예테와 동일한 고유번호가 있으며 1데시모 가격은 20유로다.

비예테는 부담이 되므로 대부분 사람들은 데시모 단위로 구입한다. 또 비예테이든 데시모이든 가족, 친구, 직장 동료가 공동 구매 또는 참여해 기록을 남기고 당첨되면 참여자 전원이 당첨금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실제 스페인에선 이러한 공동구매가 성행한다. 또 회사 등 단체가 사서 고객이나 종업원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일도 흔하다. 데시모 한 장에 10명이든 100명이든 참여자로 등록하기도 한다.

엘고르도 복권에는 사실상 전 국민이 참여하는 셈이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추첨방송은 가장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이다.

1등을 비롯한 고액에 당첨되면 물론이지만 소액에 당첨돼도 친구나 동료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가 곳곳에서 조성된다. 복권이 매진되면 판매총액은 32억 유로이며 이 중 70%인 22억4000만 유로(약 2조8700억원)가 당첨금으로 지급된다.

1등인 엘고르도 비예테 1장의 당첨금은 400만 유로(약 51억2500만원)이므로 데시모 1장을 산 사람은 40만 유로를 받게 된다. 각 고유번호의 비예테가 160장 발행됐으므로 1등 당첨금 총액은 6억4000만유로(약 8200억원)이다. 2등 비예테 1장 당첨금은 125만 유로이며, 6등인 라페르데아(돌팔매)는 1000유로다. 또 1~6등까지 당첨번호의 앞과 뒤의 숫자가 일정 개수 이상 같은 번호들도 행운상 당첨금을 받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