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전투복을 입은 8명의 장병이 일렬로 서서 거수경례를 했다.
지난 8월 4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때 성공적으로 부상자 후송작전을 펼친 육군 1사단 수색팀이었다. '전진'은 1사단의 경례 구호다.
이들 8명 중에는 당시 지뢰를 밟아 다리를 심하게 다친 김정원(23) 하사와 하재헌(21) 하사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는 23일 오후 1사단 수색팀의 공훈을 기리는 조형물인 '평화의 발' 제막식이 열렸다. 두 하사의 잘린 다리가 '평화의 발' 조형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자리에서 김용우 육군 1군단장(중장)은 수색대원 8명에게 훈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지뢰도발로 두 다리를 절단한 하재헌 하사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나왔지만 경례를 하거나 훈장을 받을 때는 의족을 찬 두 다리로 우뚝 섰다.
하 하사가 공개석상에 등장해 두 다리로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한 하 하사는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마무리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하 하사는 서 있을 때 왼쪽 다리를 조금 떨었고 걸을 때는 부축을 받는 등 조금 불편해보였지만 건강한 모습이었고 표정도 밝았다.
훈장과 표창 수여식이 진행될 때는 약 5분 동안 계속 서 있었는데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평화의 발' 조형물은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교수인 왕광현 작가가 제작한 것이다. 하재헌 하사와 김정원 하사의 잃어버린 발을 형상화했다.
이 조형물은 앞으로 걸어가는 발의 모양을 하고 있다. 지뢰 도발의 아픔을 딛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당시 부상자 후송작전을 이끌었던 수색팀장 정교성(27) 중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표창을 받고 멋진 조형물까지 설치된 것을 보니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주어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 중앙보훈병원에서 퇴원했던 김정원 하사는 이날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지뢰도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적의 GP(소초)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던 문시준(24) 소위도 제막식에 참석했다.
수색팀 8명 가운데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는 재활 치료를 받고 병사 1명은 전역해 5명만 남았지만 3명의 대원이 새로 보충돼 예전처럼 DMZ를 누비며 수색작전을 하고 있다.
제막식에는 주한 미 2사단 장병 약 10명도 참석해 한미동맹의 우의를 과시했다.
이종화 육군 1사단장은 제막식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수색팀이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부하들"이라며 "적이 도발하면 용서하지 않는 강한 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지뢰도발 부상 하재헌 하사, 두 다리로 서서 “전진!” 거수경례
입력 2015-12-23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