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3일 한일관계와 관련해 "지도자 레벨이든 다른 레벨이든 항상 양국 간 대화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금년 (한일관계에) 지뢰가 굉장히 많았는데 위안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무난하게 관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기간 내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의 '오(五)병세'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외교, 국가 발전에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일답.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우리 정부가 새롭게 설정한 타결 목표 시점이 있나.
▲ 분명한 것은 11차례 (국장급) 회담과 여러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고 확실한 방향성이 있다. 지금은 다소 병목현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리 정부가 가진 복안은.
▲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아마 한일관계사에서 가장 어려운 3∼4대 협상 중 하나일 것이다. 다각도의 논의를 통해서 좁혀진 부분도 많이 있고 아직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 남아 있는 부분에 대해 상당한 외교력을 경주하고 있다. 모두 100% 만족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피해자가 납득하고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우리식' 해법을 마련하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내년 5월쯤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다시 한일 정상이 만나 타협안을 이끌어 낼 여지가 있나.
▲ 여러 차원의 노력을 통해서 양국이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 포뮬러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좀 더 기다려 주시면 나름대로 결과를 보고드릴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나.
▲ 본질적인 부분이 있고 유관된 부분이 있다. 본질적인 문제에서 진전이 된다면 유관된 부분도 진전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 문제에 국민이 부여하는 민감성, 중요성에 대해 국제사회 양심세력은 다 이해하고 있다.
--관련 민간 기관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할 의향이 있나.
▲ 이 문제는 (소녀상에) 관여하던 이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주실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정부에서 잘 경청하고 유념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이 위헌인지 합헌인지 오후 결정하는데 외교부의 입장은.
▲ 헌재 판결은 헌재가 독립적으로 하는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결을 내렸을 때 국내에서 그치는 상황은 지났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무슨 문제든 간에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유념하면서 봐야 할 것 같다.
--북한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전격 취소됐다. 과거 김정일 정권과 비교해 김정은 집권 4년간 북중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 공연이 혹시라도 북중관계 악화를 해소하는 단초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중국, 북한에서 했던 것 같다. 큰 틀에서 중국도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어 그런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 이번 사안의 파문은 좀 있을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은 공연 소통상의 문제라고 하는데, 공연 내용 중에도 문제가 있을수 있고 유관 참관 인사의 격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중국 지도부도 북한 지도부도 (원인을) 일체 대외에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충동적 공연 취소는 김정은 정권의 일관된, 반복되는 패턴 아닌가 한다. 올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하루 전 취소,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 방문 취소가 있었고 이런 식의 충동적 정책집행 사례는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많은 함의가 있다.
--북한의 핵능력은 증대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중단시킬 프로세스는 멈춘 상태인데.
▲ '탐색적 대화'를 해 보자는 제안도 많이 했고 여기에 대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5자 간 공통된 인식도 있다. 단합된 노력을 통해 북한의 선택지를 좁히고 '비핵화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다. 저희가 핵심 당사자기 때문에 그 안에서 주도적인 아이디어와 지혜를 내서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한미일, 한미중, 한중일 이런 다양한 형태의 6자회담 이외의 방법도 강구하고, 내년 초가 되면 여러가지 진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은 이란처럼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빨리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 방북이 이뤄진다면 아무래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나름대로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전달하실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 인권 문제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많이 있는데 최상위 외교관으로서 국제사회의 희망, 기대를 전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것이 북한을 변화와 개방으로 이끌 하나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제10차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비군사화 공약 준수'를 언급한 것을 들며) 미국 고위 인사들이 수차례 설득력 있고 강력한 발언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 왔고 중국도 9월 말 미중 정상회담과 이번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비군사화를 준수하겠다고 얘기했다. 자연스럽게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담론이 생기고 있다.
미중이 협력하며 갈등하는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쉽지 않은 결심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분명 중심을 잡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오병세'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나. 소신을 관철하기보다 대통령의 의지 실현에만 충실하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
▲ 오병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결국 장관직에 있으면서 외교, 국가 발전에 얼마나 의미있는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내년 한중일 정상회의 전에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나.
▲ 11월초 한일 정상회담도 1년 전에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금년에 (한일관계에) 지뢰가 10개 가까이 있었는데 터지지 않고, 세계유산 문제에서 성공적으로 결과를 도출했다. 위안부 문제도 진전을 보고 여러 좋은 일이 생기게 되면 항상 양국간 대화는 지도자 레벨이든 다른 레벨이든 열려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일문일답]윤병세 “오병세라는 별명 부담스럽다”
입력 2015-12-23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