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헌재 한일청구권협정 헌법소원 각하…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은 6대3 합헌

입력 2015-12-23 14:22 수정 2015-12-23 15:32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의 대(對) 일본 청구권을 제한한 한일 청구권협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헌재가 한일청구권 협정이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을 제한하는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 등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은 한국과 일본이 국가와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부친을 잃은 이윤재씨 등은 한일청구권 협정과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2009년 11월 위헌 소원을 냈다.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이씨가 일본 정부 및 기업에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한일청구권 협정은 이 소송에서 다투는 처분의 근거조항이 아니어서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이유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한일청구권 조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과 권리, 이익,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했다. 일본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옛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지원에 관한 법률(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 제5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은 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 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위로금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는데, 이 중 제5조 제1항은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일본 정부가 기업에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수금을 당시 일본 통화 1엔에 대해 대한민국 통화 2천원으로 환산해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환율을 참작한 산정방식은 나름의 합리적 기준으로 화폐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부인 김모씨는 2009년 미수금 270엔을 한화 54만원으로 지급받자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