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후보 공천룰을 논의하는 공천제도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22일부터 공식 가동되면서 아직 최종 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표현은 여러가지이지만 사실상의 '전략공천'이 운용될 공간이 차츰 넓어져가고 있다.
특히 공식적으로 전략공천이라는 용어 대신 당규에 표현돼 있는 우선추천제와 더불어 '후보 단수추천 문제'가 사실상 전략공천의 변형된 형태가 아니냐는 점에서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황진하 사무총장이 전날 첫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우선추천지역과 단수추천 관련 룰'이 향후 특위가 다룰 핵심 의제 중 하나라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단수추천이란 여러 공천 신청자 가운데 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우월한 후보가 있다면 경선을 치르지 않고 후보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당규에는 '복수의 추천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등의 사유로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단수후보자를 선정하면,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월등한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당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전략공천 수단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23일 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유기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 "우선추천지역에다 단수추천까지 모아보면 이것이야말로 전략공천과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어를 다르게 쓴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친박계 특위 위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수추천을 나쁘게 얘기하면 전략공천이라 볼 수 있고, 우선추천지역과 더불어 이런 제도를 악용하려는 지뢰가 곳곳에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단수추천 기준을 애매하게 만들어 무리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수추천의 '월등한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황 사무총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 사람이 (여론조사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출중한 경쟁력을 가졌다면 단수추천되는 것"이라고 기준의 예를 들었다.
또 다른 특위 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령 두 경쟁자의 지지율 차이가 10%포인트인데 단수추천이 이뤄지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있다고 보는 수준이 대략 15%포인트 정도"라며 "단수추천 기준은 상식의 틀 안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위에서 후보단수추천과 우선추천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이후 내년 1월 중순께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실제 해당 룰을 적용해 우선추천지역과 단수추천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단수추천과 우선추천지역문제가 전략공천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김무성 대표가 애초부터 강조해왔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약속과 당 보수혁신위의 상향식 공천 정신이 점차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9일 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보수혁신안에는 선거·공천 개혁 항목에 '우선추천지역(전략공천)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때 상황은 그러했지만 이제는 특위에서 결정을 할 것이고 특위에서의 결정이 실질적 효력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위는 후보단수추천 문제를 비롯한 주요 공천룰 쟁점을 오는 25∼27일 세 차례 회의를 걸쳐 집중 논의할 예정이지만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걸로 전망된다.
특히 친박계 일각에서 공천특위의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전략공천과 컷오프 문제를 특위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도입 여부는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을 비롯한 원외(院外) 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대목으로 컷오프 비율이 높을수록 '현역 의원 물갈이'가 많이 이뤄지는 셈이고, 전략공천이나 원외 인사들의 진입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사실상 전략공천 운용 폭 넓히는 與” 대상 기준 놓고 논란 불보듯
입력 2015-12-23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