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위적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룰 테이블에 오르나”

입력 2015-12-22 17:46

일정 비율 이상의 현역 의원 교체를 위해 기준 미달 현역 의원을 공천후보군에서 원천 배제하는 '컷오프'가 전략공천과 더불어 새누리당의 내년 4·13 총선 공천룰에 반영될 것인지를 놓고 당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2일부터 본격활동에 들어간 공천제도특위는 첫 회의에서 현역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은 공식 의제에는 일단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당의 정치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현역의원 물갈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략공천과 컷오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황진하 특위 위원장은 첫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 및 컷오프는) 일단 (의제) 제목에 나와있지 않다"며 "특위 위원 중에서 검토해 보자고 해서 공감할 경우 토의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토의주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위는 이번 주 공천룰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윤곽을 잡는다는 목표인 만큼, 전략공천과 컷오프가 이날 정한 특위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공천룰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특위 위원을 중심으로 전략공천과 컷오프의 필요성을 제기, 논의 테이블로 올라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컷오프 도입 여부는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을 비롯한 원외(院外) 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컷오프 비율이 높을수록 '현역 의원 물갈이'가 많이 이뤄지는 셈이고, 전략공천이나 원외 인사들의 진입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반면에 역대 선거공천에서 현역의원 공천 원천배제가 특정인이나 특정인과 가까운 의원, 특정 계파를 겨냥한 '공천학살의 도구'로 사용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18대 총선 때 대표적인 공천학살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김무성 대표는 이런 이유에서 컷오프 도입에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들의 비공개 만찬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전략공천과 컷오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자 "하려면 나를 죽이고 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와 가까운 강석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쟁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컷오프로 탈락한 의원이 과연 공천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며 "정말 경쟁력이 없는 의원이라면 경선 과정에서 자연 도태되도록 공정한 공천룰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과 컷오프 등으로 30% 안팎의 인위적 물갈이를 추진하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의 '신당 바람'까지 거세질 경우 '개혁공천'의 명분으로 전략공천과 컷오프가 공식의제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적지 않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컷오프나 전략공천이 배제된 상태에서 공천룰이 논의된다면 그들만의 잔치라는 폐쇄정치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현역 의원에 견줘 불리한 선거운동 여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치 신인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새정치연합 수준의 컷오프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서울 양천갑에서 현역 의원 2명(길정우·신의진)과 맞붙게 된 이기재 전 제주특별자치도청 서울본부장은 "현역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상황에서 정치신인이 이들과 경쟁하라는 것은 '발을 묶어놓고 뛰라'는 격"이라며 "컷오프를 도입하지 않으면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이 들어갈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천룰 논의 과정에 특위 의제에 포함된 '우선추천 지역'과 '단수추천 룰'이 사실상 전략공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후보자를 배제하고 특정 후보를 단수로 내세우는 게 전략공천과 맥이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황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는 전략공천이라는 말은 없다"며 "최고위의 지침도 아직 아니기 때문에 (전략공천이) 우선 논의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