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요 반영해 인문학 살리자...교육부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에 600억원 지원

입력 2015-12-22 17:06
위기에 빠진 인문학을 진흥하기 위해 3년간 연간 600억원이 대학에 지원된다. 언어권별 지역 전문가 육성이 활발해지거나 전 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문 교양교육이 강화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인문학 발전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코어) 기본 계획을 확정해 22일 발표했다. 2016년부터 3년간 시범적으로 20∼25개 대학을 선정해 연간 총 6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한다. 지원액은 참여학과와 교원 수 등에 따라 차등화해 한 학교당 5억∼40억원 수준이 된다.

인문학이 기초학문으로서의 입지를 잃고 추락한데다 낮은 취업률 때문에 학생들로부터도 외면받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처방이다. 교육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대졸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문 계열 취업률은 57.3%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인문학의 위상을 살리면서도 대학별로 특성화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인문학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다.

참여를 원하는 대학들은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 등 5개 발전모델을 참고해 인문학 발전계획을 세워 신청해야 한다. ‘글로벌 지역학' 모델은 언어권별로 지역학 교육과 연구거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학과구조와 교육과정을 개편한다. 학부에서는 취업 역량을 높인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게 된다. 주로 언어계열 학과가 이 모델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문기반 융합'은 인문학과 다른 학문간의 융합 교육과정과 관련 학위과정을 개설하는 모델이다.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결합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PPE 과정 같은 형태다.

‘기초학문 심화' 모델을 택하는 경우 학·석사 통합과정을 만들어 기초학문의 후속세대를 육성해야 한다. 또 ’기초교양대학' 모델은 전 계열 학생에게 인문 교양교육을 하게 된다.

대학은 이들 4개 모델 외에도 자체적인 계획을 세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기초교양대학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을 결합해 새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 학과가 8개 있는 대학에서 4개 학과는 기초학문 심화 모델로, 나머지 4개 학과는 글로벌 지역학 모델로 정리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인문계열 학과가 8개 이상인 대학에서는 최소 70% 이상의 학과가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또 사업 참여 학과별로 전임교원의 50% 이상이 참여하도록 했다. 최종 선정된 학교는 전체 학생이 8학점 정도로 일정 수준의 인문 교육을 이수하도록 제도화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목과 전공을 선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조만간 발표될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도 인문학 발전계획을 세워 전체 사업비의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하게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달 말 권역별로 사업 설명회를 연 뒤 내년 1∼2월 사업계획서를 접수해 내년 3월 중 사업 대학을 선정할 방침이다. 인문학 진흥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하기 위한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이 법에는 인문학과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