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물대포 사라져야 메리 크리스마스” 농민버전 캐롤 등장

입력 2015-12-22 15:27 수정 2015-12-22 15:55
사진='그네는 아니다' 한 장면
사진='그네는 아니다' 한 장면
사진=가수 연영석 페이스북
박근혜정부 정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수 연영석과 경북 문경 희양산 작목반 농민들이 크리스마스 캐롤 ‘펠리즈 나비다’를 개사한 농민 버전 캐롤 ‘그네는 아니다’를 선보였다. ‘펠리즈 나비다’는 스페인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뜻한다. 농민 버전 캐롤에선 “물대포 사라져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노래한다. 상경 시위보다는 캐롤이 훨씬 낫다.

가수 연영석은 21일 페이스북에 “답답한 시국에 그저 사람들이 함께 부르고 함께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에 노래를 불러봤다며 “사랑합니다 희양산 작목반 농부님들”이라고 했다. 이어 작목반원들과 만들어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를 첨부했다. 연영석은 “널리 공유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영상에선 박근혜 대통령 얼굴이 딱 한번 나온다. 2012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기자회견 당시 “오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는 멘트를 담은 장면이다. 영상 속 대통령마저 웃으며 시작해 괜스레 불경스러운 거 아니냐고 소심하게 느끼는 유튜브 이용자들의 마음마저 푸근하게 해 준다.

이윽고 가면을 한 농민이 그네를 발로 차면서 본격적으로 캐롤이 시작된다. 비닐하우스에서 쇠스랑 들고 허리 굽혀 일하던 농민들은 죄다 가면을 썼고, 양 팔로 엑스자를 그리고 있다. 할머니들이 밭일할 때 깔개로 쓰는 형형색색 엉덩이 방석엔 ‘그네는 아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캐롤의 클라이맥스는 후렴 부분이다. “국정화 중단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악법도 중단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노동자 행복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쌀수입 중단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물대포 사라져야 메리 크리스마스, 농민이 일어나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원래는 “아이 워너 위시 유어 메리 크리스마스”가 반복되는 부분이었다. 찬 겨울 물대포에 상처받고 얼어붙은 농민들 마음이 캐롤으로나마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