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가득찬 돼지저금통, 30년간 모은 1000만원…이름없는 노인들의 기부 감동

입력 2015-12-22 15:14
신원을 밝히지 않는 80대 할아버지의 돼지저금통, 기초생활수급 80대 할머니가 죽은 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30여년간 모은 1000만원….

고령의 노인들이 평소 먹고 입을 것을 아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고 기부해 진한 감동을 주고있다.

전남 영암군 덕진면사무소에는 2013년부터 연말연시만 되면 한 촌로가 돼지저금통을 들고 방문한다. 올해도 지난 14일 할아버지가 어김없이 나타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 달라며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 2개를 놓고 사라졌다.

저금통에는 4만8000원이 들어있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존함이라도 알려달라'고 간청했지만 노인께서는 말없이 조용히 웃으시면서 사무실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2013년 12월 돼지저금통 1개를 들고 면사무소를 찾아오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돼지저금통은 10원짜리부터 50원짜리, 100원짜리, 500원짜리 등 통용되는 모든 종류의 동전으로 가득했다. 액수는 4만8000원.

지난해에 전달한 돼지저금통에도 동전 4만8750원이 들어있었다.

김현철 덕진면장은 22일 “넉넉하지 않아 보이는 데도 나눔을 실천한 어르신에게 지역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인 지난 14일 80대 할머니(81)가 작은 손가방을 들고 부산대 본관 발전기금재단 사무실을 찾아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이웃의 부축을 받으며 사무실을 찾은 할머니는 손가방 속에서 자신의 유언장과 함께 구깃구깃 뭉텅이로 된 현금 1000만원을 내놓고서는 “학생들의 장학금에 보태 써 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은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학 측은 할머니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장학금 기탁여부만 공개했다.

이 할머니는 남편을 일찍 잃고 외동딸 하나만 키우며 의지하고 살았다. 딸이 1980년 부산대 사범대에 합격하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그러던 딸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4학년 1학기(1984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파출부 등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할머니는 “딸의 학업에 대한 한을 풀어준 것 같아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영암=윤봉학·김영균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