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 크루즈 지지

입력 2015-12-22 13:18

미국의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그룹(Group)'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룹’ 소속 회원들은 이달 7일 워싱턴 외곽에서 비공개회동을 갖고 ‘막말 대왕’ 도널드 트럼프를 대체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크루즈 의원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모임을 처음 보도한 내셔널리뷰에 따르면 이날 타이슨즈코너 쉐라톤호텔에서 모인 기독교 지도자들은 크루즈 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두 명으로 지지후보를 압축한 뒤 다섯 차례나 투표를 거듭했다.

루비오 의원은 민주당의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1대1로 상대할 경우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루비오 의원의 후원자 폴 싱어가 동성애 지지자여서 점수를 잃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트럼프는 잇단 막말로 물의를 빚고 있을 뿐 아니라 낙태와 동성애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 지지후보 대상에서 배제됐다.

‘그룹’은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의 모임으로, ‘호프크리스천교회’의 흑인 담임목사 해리 잭슨과 ‘히스패닉기독교지도자회의’를 이끌고 있는 사무엘 로드리게스 목사 등 저명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보수적인 공화당원들에게 영향력이 큰 ‘그룹’의 지지를 얻어 경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WP는 평가했다.

이날 투표 이후 그룹은 크루즈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룹은 오는 28~29일 이틀간 텍사스의 거부 패리스 윌크스 소유 목장에서 회동을 갖고 크루즈 의원을 돕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목사는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크루즈 의원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남미출신 목사들 중에는 루비오 의원에게 쏠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그룹은 다음달 중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아이오와 지역의 목회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크루즈 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듣기로 했다. 공화당 주자 중 이 모임에 초청받은 후보는 크루즈 의원이 유일하다. 아이오와 경선은 2월1일 디모인에서 실시된다.

기독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계기로 크루즈 의원은 아이오와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몬무스 대학의 지난 7일 조사에서 크루즈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5%p 격차(24% vs 19%)로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선 이후 20일 CBS조사에서는 9%p까지 차이를 벌렸다. 21일 나온 여론조사 중에는 크루즈 의원이 클린턴 후보와 1대1 가상대결에서 1%p의 근소한 차이(44% vs 43%, PPP )로 앞선다는 결과도 있었다.

폭스뉴스가 20일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39%의 지지율로 2위 크루즈(18%)를 여전히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미국의 유명 사실검증 사이트인 폴리티팩트로부터 ‘올해의 거짓말쟁이’로 선정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