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 후폭풍 최소화·현역프리미엄 위해 협상지연 의혹

입력 2015-12-22 12:15

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내년 4·13 총선 선거구 획정과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12월 임시국회가 2주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지도부는 지난 20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관련 상임위원회를 즉각 가동하기로 합의했으나 상임위가 계속 공전하면서 합의는 사실상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계류법안 처리를 위해 추진했던 본회의는 지난 15일에 이어 22일 또다시 무산됐다.

이런 상태라면 오는 28일 본회의조차 불투명하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만한 '콘텐츠'인 법안이 법사위를 비롯한 상임위에서 별로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지도부 차원의 합의가 번번이 뒤집히고 상임위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사정과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연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야당의 비상식적 비협조로 상임위가 제대로 가동이 안 된다. 새정치연합은 약속을 깨고 공수표만 남발한 것이다. 참으로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입법 비상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상임위 전면 가동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에선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관련 쟁점법안들이 꼭 연내 처리되지 않아도 여당으로선 '크게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정치적 관측까지 나돈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으로 여야 협상이 여의치 않아진 만큼 '집안 싸움에 국정을 발목 잡는 야당'이란 프레임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함으로써 대야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여야 협상보다는 내홍 수습이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에선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의원들의 '동반 탈당'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반발해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는 등 내분 사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내사령탑인 원내대표를 대신해 당 대표가 대책회의를 소집해 협상 전략을 논의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의 태도를 '일방적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하면서 협상을 진척시키려면 여당이 양보하라며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으로선 신중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는 쟁점법안 개정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데는 총선 때 쟁점이 될 경기침체 원인을 야당의 비협조로 돌리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비난했다.

선거구 획정의 경우 여야가 겉으로는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지만, 서둘러 획정을 마칠 경우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현역의원간 정치생명을 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고,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 공천경쟁이 조기에 과열되는 등 부작용이 있어 굳이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의원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어 여야가 협상의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거구 획정을 논의해 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5일 해산한 이후 20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정의당의 '중재안'이 거론된 것을 제외하면 선거구 관련 여야간 후속 협상은 전무한 상태다.

이처럼 여야가 쟁점법안이나 선거구 획정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 속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 관련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중재를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당이 상임위 중심주의를 내세워 쟁점법안을 여야 지도부간 협상보다 상임위에서 처리할 것을 주장하며 이날 회의에 불참, 정 의장의 중재 노력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새누리당 김정훈, 새정치연합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이 정책위의장 임명 이후 처음으로 만나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여러 상임위가 연관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가 상대방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어 당장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